<신년특집Ⅰ-도전 21>디지털경영-디지털 성적은 CEO 하기나름

◆정보기술(IT)이 기업경영을 바꾸고 있다. IT기반의 e기업(electronic enterprise)이라는 새로운 기업모델이 등장하면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화된 정보를 융합해 가치있는 정보로 재생산하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소위 「디지털경영」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 새로운 법칙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e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키워드가 디지털경영이다. 편집자◆

국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제2의 IMF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다시 한번 오너경영의 문제점이 도마위에 올랐다. 대우·동아건설·해태·고합·쌍방울 등 실패한 기업들의 뒤에는 오너의 전횡이라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의 발목을 붙잡았던 현대도 오너의 집안싸움에서 비화된 것이다.

이 와중에도 IT기업들은 탄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적인 산업조류가 IT 중심으로 재편되는 탓도 컸겠지만 CEO들의 디지털경영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IT기업의 CEO는 발빠르게 과거 오너들의 전횡과 독단을 버리고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영마인드를 바꿨다. CEO의 직관이나 아집보다는 디지털화된 정보를 조합하고 이를 경영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 대기업 IT 디지털경영 서둘러 =국내 대기업 IT업체들은 21세기 생존전략으로 디지털경영체제에 돌입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세계 최고의 IT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새천년 경영사상으로 「디지털LG」 개념을 도입했다. 단순한 관행이나 기업문화의 혁신이 아니라 전면적인 「탈바꿈」을 통해 기업의 조직문화와 경영시스템, 사업구조 등을 변혁해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디지털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디지털경영의 일환으로 전 임직원이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지식경영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연구개발·품질·제조·구매·경영지원 등 기업 전분야에 걸쳐 각 사원의 지식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서로의 정보를 게재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이 지식정보시스템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환경으로 개발했으며 40여개에 달하는 단위업무를 통합·연계해 서비스하고 있다.

현대전자(대표 박종섭)의 디지털경영은 다양한 정보시스템 도입으로 나타났다. 글로벌자금관리시스템·제품개발관리(PDM)·전자구매시스템·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정보시스템을 잇따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정보시스템을 단순한 업무전산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체질을 아예 바꾸려는 도구로 활용하면서 디지털경영을 이뤄낼 계획이다. 또 디지털환경에 맞춰 사외이사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연공서열제 폐지·연봉제확대·근무복 자율화 등과 같은 파격적인 조치를 잇따라 단행했다.

삼성SDI(대표 김순택) 또한 인터넷시대의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시스템화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를 위해 ERP나 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 등과 같은 정보시스템을 새로운 환경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외국의 경영정보화를 그대로 좇아가기보다는 삼성SDI에 맞는 정보화전략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약점과 장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삼성전기·삼성SDS·현대정보기술·LGEDS시스템·SK텔레콤·한국통신 등 국내 대기업 및 대형통신서비스업체들도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경영을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디지털경영 CEO =국내 IT업체의 성공적인 디지털경영 뒤에는 CEO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LG전자 구자홍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CEO로 세계시장을 누비며 「디지털경영」을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덕분에 「디지털 전도사」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구 부회장은 디지털LG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LG전자를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IT업계에서 성공적인 디지털 경영인으로 꼽힌다.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지난 97년 IMF 위기를 넘기면서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같은 경영능력은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지난해 선정한 「올해의 세계 최고경영인 25인」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대우전자 장기형 사장은 사상 초유의 위기속에서도 노사화합을 이끌어내는 등 탁

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같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면서 조기 워크아웃 졸업이라는 희망을 직원들에게 안겨줬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디지털경영 성공사례

세계적인 컴퓨터 및 계측기업체인 HP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인터넷비즈니즈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IBM의 뒤를 쫓느냐, 마느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HP는 지난 84년 잉크젯프린터를 개발한 이후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지 못해 97년과 98년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HP WAY」라는 인간존중의 기업문화가 관료주의와 합의지향 문화로 변질돼 스피드를 중시하는 인터넷시대에 올바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P는 지난 99년 7월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혁신을 일으킬 인물로 AT&T에서 글로벌서비스프로바이더사업부 사장을 역임한 칼리 피오리나를 CEO로 영입했다. 칼리 피오리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컴퓨터제조업체를 인터넷업체로 변신시키는 사명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다우지수 30대 대기업중 최초의 여성 경영자이자 HP 60년 역사상 외부에서 영입된 최초의 경영자가 됐다.

칼리 피오리나는 CEO로 취임하자마자 HP를 하드웨어 중심의 업체에서 인터넷서비스와 아이디어의 개척자로 변신시키기 위해 「e서비스」를 핵심전략으로 채택했다. 전자상거래에 초점을 맞추어 제품을 판매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자체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우선 수백종에 이르는 HP의 상이한 브랜드와 34개로 단절된 고객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새로운 HP를 의미하는 「고안(invent)」을 추가한 로고로 만들어 새로운 시장에 대응해 수시로 변화하는 발명회사로의 CI작업을 위해 2억달러를 과감

히 투자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방만한 조직을 4개 사업부문과 12개 제품그룹으로 개편했다. 칼리 피오리나는 기존의 분권화된 사업모델이 기업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부동산과 인력을 간소화해 비용을 절감키로 결정했다. 절감된 10억달러의 비용을 고객서비스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기업의 면모를 일신시키려는 의도였다.

또 HP가 그동안 제품 및 기술개발에 비해 서비스가 소홀했다는 판단하에 고객서비스 혁신에 나섰다. 기존의 고객관계를 재검토함은 물론 고객과의 접점을 통합하고 고객의 로열티를 측정하는 작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HP는 그동안 매출감소에서 벗어나 지난 회계연도(1999년 11월∼2000년 10월)에 7%의 매출신장과 16%의 당기순이익을 이끌어냈다.

칼리 피오리나는 CEO 취임 6개월 만에 △급변하는 전략을 개념화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능력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넣는 능력 △인터넷 비전을 전파하는 경영능력이 뛰어난 디지털 CEO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디지털시대 리더상

디지털리더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리더 또는 디지털시대에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CEO 및 조직의 리더를 의미한다. 21세기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인터넷비즈니스에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리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경영의 핵심이다.

디지털시대의 리더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 디지털 감각 =기존의 리더와 디지털 리더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디지털 감각이다. e메일 또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능력이나 IT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하고 신세대와의 상호교감을 위해 스타크래프트나 DDR 등을 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해야 한다.

◇ 선도 능력 =이른바 개척정신이다. 디지털 리더들은 과거의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절박함과 위기의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능력과 자세

가 요구되는 것이다.

◇ 리얼타임력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은 후에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같은 능력이 디지털시대에서 기업의 리더가 갖추어야 하는 충분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기업의 리더가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될 것이다.

◇ 인적 네트워크 =사회 각계의 주요 인사와 활발하게 교류할 뿐아니라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 홍보 능력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고 이를 이미지화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예컨대 해당 기업의 주가 또는 매출이익률 상승에 대한 홍보능력이 이에 해당한다. 또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거나 대중매체에 적극적으로 기업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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