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터널을 뚫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던 한국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성급한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눈은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다. 특히 IT산업 인프라와 기술로 무장한 한국경제는 미래가치면에서는 오히려 지난 세기 어느때보다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하이테크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가 한국 IT산업을 커버스토리에 다루면서 주변국가들의 경계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도 우리의 IT기술력과 인프라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어느수준인지를 반증하는 사례다.
20세기말까지 거품론의 중심에서 상처받으면서도 착실하게 구축돼온 IT분야 인프라는 이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21세기 국내산업의 대외경쟁력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터넷강국 「e-Korea」를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할 21세기 유망 IT산업의 현상과 미래기술의 흐름을 점검한다. 편집자◆
◇ IA산업(인터넷 어플라이언스 산업)-언제 언디서나 연결된다.
인터넷이 현대인의 문화생활속 깊숙이 파고들면서 언제 어디서나 저렴하고 간편하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정보기기(IA:Internet Appliance) 분야가 21세기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IA시장은 아직 초기형성단계로 PDA·스마트폰·인터넷TV 등 다양한 사용기기들이 거론되고 있어 시장규모를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시장성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아 지난해 컴덱스 등 유명 IT전시회는 마치 IA전문전시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붐을 이뤘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 더욱 뚜렷해질 것이 자명하다.
일반적으로 IA는 외형은 컴퓨터가 아니면서도(non-PC)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e메일검색·문서작성작업을 할 수 있는 정보기기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IA는 MP3P 복합형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탑재형 PDA, 전화 겸용 디지털TV 등 다양한 기능이 부가되면서 복합화 경향을 띠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IA시장은 전용제품과 특정기기에 기능이 추가되는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IA는 PC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초라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IA가 부각되는 이유는 역시 PC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간편한 조작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형 IA의 경우는 특히 휴대의 편리성과 가격경쟁력면에서 PC계열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LG경제연구원의 최근 분석자료에 따르면 인터넷TV·인터넷폰·인터넷단말기 등의 IA수요는 지난 99년 전세계적으로 200만대를 겨우 넘었으나 오는 2004년에는 3700만대 규모로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IDC도 2002년 non-PC형 정보기기의 판매량이 데스크톱PC 판매량을 앞지를 것이며 2004년에는 시장규모가 178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음성인식산업-키보드와 마우스는 필요없다.
인간의 기본적 의사소통 수단인 음성을 통해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첨단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시대가 바싹 다가오고 있다. 말로 컴퓨터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고 회의내용을 정리된 문서로 즉각 출력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음성인식기술이다. 기본적인 음성인식기술은 휴대전화걸기 등 이미 우리 주변에서 활용되고 있고 북한도 음성인식기술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향후 세상을 변화시킬 주요 기술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지난해에는 국내기업이 세계에서 3번째로 음성인식 반도체칩을 개발했으며 세계
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도 이미 몇년전부터 음성인식이 가능한 운용
체계(OS)의 개발을 서둘러 왔다.
음성인식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보이스포털이다. 음성으로 인터넷에 흩어
져 있는 정보를 얻고 전화를 걸어 원하는 정보를 검색, 결과를 음성으로 듣는 새로운 차원의 인터넷서비스. 키보드와 마우스가 골동품이 될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말로 게임을 즐기고 문서를 작성하며 TV·오디오·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조작할 수 있게 되는 등 그 활용범위는 제한이 없어 보인다.
음성인식기술의 핵심은 얼마나 빠르고 분명하게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신기술이 등장하기 보다는 음성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분명하게 인지하도록 하느냐가 기술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음성인식에 따른 보안성을 확보하는 것도 음성인식기술과 함께 개발해 나가야 할 분야다.
◇원격의료산업-병원을 가정으로.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자신의 건강상태를 의사에게 보여주고 처방받는 원격진료(telemedicine)는 디지털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조만간 우리 사회의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관련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크게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으나 원격의료분쟁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게 규정되고 기술적인 문제들이 다소 보완되면 내년부터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무총리실 산하 의료개혁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기존 의료법을 재정비, 내년말부터는 원격진료를 수용하는 방침을 확정해 놓고 있어 원격의료는 내년 이후 급속하게 실생활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가 영상단말기 또는 원격환자감시장치를 통해 먼 거리에 있는 환자의 증상을 진단·처방하는 이 원격진료는 적어도 가정의학 또는 예방의학 등의 범주에 속하는 재래 의료시장을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원격진료행위를 벌이는 데 있어 핵심인 영상단말기와 원격환자감시장치는 급속한 정보통신·반도체·센서 등 여러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정밀도가 높아지고 휴대 또한 간편해지고 있다. 때문에 원격환자감시장치는 조만간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수시로 의사와 연결해 주는 상비약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원격진료는 노령인구의 만성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이들을 생산활동에 재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병을 미리 예방하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직간접적인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 여러 측면에서 높은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원격의료는 원격환자감시장치와 원격영상단말기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이에 따른 주변 산업과 기술의 발달을 촉진함으로써 산업적인 측면에서 그 경제적 효과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교육산업-학교를 가정으로.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상에서 교육을 하는 온라인교육산업은 대기업들조차 군침을 흘릴 만큼 시장전망이 매우 밝다. PC보급률의 증가와 함께 350만 초고속인터넷망 가입자시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온라인교육산업은 급성장의 페달을 밟을 태세다.
여기에 세계적인 추세 역시 온라인교육이 확실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인 4S(Study·Stock·Screen·Sex) 중 하나로 이미 그 성장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특히 과열양상을 보이는 국내 과외시장과 수조원에 달하는 사교육을 감안할 때 그 시장성은 가히 폭발적이다. 때문에 최근들어서는 하루에도 몇개씩 인터넷 교육사이트가 새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산업연구원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99년 온라인교육서비스 6200억원, 콘텐츠 2050억원이었던 시장이 지난해에는 서비스 6700억원, 콘텐츠 3044억원의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서비스 7500억원, 콘텐츠 4500억원, 2002년 서비스 8600억원, 콘텐츠 6660억원, 2003년 서비스 1조원, 콘텐츠 986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정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그대로 인터넷에 옮겨놓은 사이버고등학교가 등장할 정도로 온라인교육은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온라인교육시장의 팽창은 관련 시장의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교육은 망국병으로 불리는 사교육시장의 안정화, 교육비 절감을 통한 기업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온라인교육의 인프라가 되는 다양한 솔루션사업도 콘텐츠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강좌는 8000∼9000개로 자격증 분야가 가장 많다. 아직은 무료강좌가 전체의 50%를 넘어서지만 관련업계는 콘텐츠 수준의 향상과 병행해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교육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8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