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와인버거·릭 르바인·크리스토퍼 로크·닥 설즈 공저, 황진우 역, 세종서적 펴냄, 1만2000원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 등장한 인터넷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인간 생활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인터넷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 경제흐름마저도 바꿔놓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을 빼고는 그 무엇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기업가들이, 개개인들이 인터넷을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러나 너무나 명쾌하고 정확한 정의를 내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웹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데이비드 와인버거, 릭 르바인, 크리스토퍼 로크, 닥 설즈 등 네 명이다. 이들은 「http://www.cluetrain.com」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이 사이트를 통해 웹의 본질을 밝히고 웹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그들은 인터넷을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장」이라고 정의한다.
이들은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진정한 이유가 첨단을 달리는 새로운 기능도, 멋진 인터페이스도, 그 저변에 깔린 고도의 기술력도 아니라 「대화」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에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더 새로운 기능과 기술, 화려한 웹페이지가 소비자들에게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의 통념을 뒤집고 있다.
저자들은 오래 전부터 시장이 문명의 중심이었음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서로 대화하고 그러면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모습을 떠올리라고 말한다. 인터넷은 기업들이 적용하려고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보다는 오히려 고대의 「장터」와 더 유사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인터넷에 모인 이유는 인터넷이 사용하기에 편리해서가 아니고 현대인의 생활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대화의 요소를 살려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의 본질은 만인이 만인과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누는 장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인터넷에서도 기존에 오프라인에 적용하던 비즈니스 모델이 유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또 기존에 대중매체에서 하던 일방적인 마케팅 전략과 광고 홍보가 사람들에게 먹혀 들어갈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듯이 인터넷에서 기업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마치 인터넷이 기업들의 모든 노력과 시도를 거부하는 듯하다.
「웹강령95」의 저자들은 충고한다. 「다시 시작하라」고. 「기존의 익숙한 비즈니스 방식은 끝났다(The end of business as usual)」고 말하며 웹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모든 비즈니스는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기업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경영전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웹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참다운 이해가 웹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다. 숫자 95는 「클루트레인 선언서」의 95개 강령에서 나왔고 이것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선언문이 95개조로 이루어진 데서 힌트를 얻어 클루트레인 선언서를 95개조로 구성한 데서 유래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클루트레인 사이트에 접속해 지지서명을 올리고 클루트레인의 이념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웹강령95」가 책이라는 형태로 굳어버린 것이 아니라 지금도 변하고 앞으로도 변해갈 살아있는 「대화의 산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의 (02)778-4179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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