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합의행정기구로 지난 3월 출범한 방송위원회가 출범 8개월을 넘겼다. 그동안 새로운 방송 환경에 맞도록 조직을 정비하고 행정 기반을 구축하느라 분주했던 방송위는 대망의 2001년을 맞아 위상 강화와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독특한 조직 특성 때문에 출범 초부터 많은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아야 했다.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방송위원이 회의를 통해 안건을 의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그 운영 방식이 민주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행정 모델로 시선을 끌었다. 상명하달식의 기존 공무원 업무체계를 합의체계로 바꿔 행정업무를 민주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상임위원급 이상의 방송위원만 공무원의 신분이고 나머지는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어 강력한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염려하는 시각도 많았다.
『이미 지어진 집에 들어와 사는 것이 아니라 새로 집을 지어가면서 살아야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김정기(60) 방송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8개월이 마치 몇 년의 세월을 보낸 것처럼 길게만 느껴진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밀려드는 업무 부담 때문에 한여름에도 휴가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위성방송사업자 허가 추천·선정이 끝나면 올해 해야 할 굵직굵직한 사안은 모두 끝나게 된다. 김 위원장은 그때가 되면 여유를 찾아 잠시만이라도 휴가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방송위원회는 5년 동안이나 공전을 거듭한 통합방송법이 지난해 말 전격 통과됨으로써 탄생한 합의제 행정조직이다. 방송위는 기존 지상파 중심의 방송위원회와 케이블TV 중심의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통합됐을 뿐 아니라 문화부 등 정부부처가 갖고 있던 방송정책권·방송인허가권 등 행정 기능과 준입법권·준사법권을 갖는 등 명실상부한 방송 관련 최고 행정기관으로 탄생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방송위원회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해왔다. KBS 이사회 이사를 추천함으로써 이들 이사가 다시 사장을 뽑도록 했으며, MBC의 방문진과 EBS 사장을 임명하는 등 방송 3사 핵심 인물들의 인적 구성을 주관했다.
또 신규로 15개 프로그램공급자(PP)와 강원 민방의 허가를 추천하는 등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쉴 틈 없이 일해왔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되기 이전의 방송위원회와 지금의 방송위원회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그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의미인데 사실 그동안의 관행이 뿌리가 깊어 업무를 추진해나가는 데 많은 어려움
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방송위원회가 방송 관련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인 행정기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송정책을 총괄하기 위해서는 법규를 정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통합방송법으로는 이런 일은 어렵다는 것이다.
방송위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뀔 경우 권력에 종속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합의행정기구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조항을 법률에 명시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 19일로 예정된 위성방송 허가 추천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게 선정된 14명의 심사위원이 철저하게 심사를 하는 만큼 정치권의 영향에 의해 결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추진해온 원그랜드 컨소시엄이 무산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
면서 선정 과정을 명백히 하기 위해 선정자 발표와 함께 선정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21세기 새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방송 환경은 방송의 초국경화 및 디지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등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매체가 도입되는 등 다매체·다채널·뉴미디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이 새 방송법 시대가 열린 해라고 한다면 오는 2001년은 새 방송법에 의해 방송계의 본격적인 지형 변화가 이뤄지는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이 되면 PP등록제 시행과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지역방송운영자(SO) 전환, 디지털 지상파TV 본방송 실시, 디지털 위성방송 개시 등 본격적인 방송계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에 대비해 방송위원회의 역량을 강화해나가는 데 주력해나갈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약력> △63년 2월 서울대 법대 졸업 △66년 2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92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치학과 대학원 졸업(비교정치학 박사) △65년∼78년 코리아헤럴드 편집국 (기자, 부장, 논설위원) △78 ∼ 현재 한국외국어대 사회과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84년 ∼ 87년 한국외국어대 국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94 ∼ 96 한국외국어대 정책과학대학 학장 △95년 ∼ 96년 한국PR협회 회장 △96년 ∼ 97년 한국언론학회 회장 △98년9월 ∼ 99년 9월 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부총장 △99년 9월 ∼ 2000년 2월 구 방송위원회 위원장 △2000년 2월∼ 현재 방송위원회 위원장
<저서> △92년 정치·언어·커뮤니케이션 △95년 분단국가의 언론정책 △99년 우리 언론의 숨겨진 신화깨기 △99년 한국언론의 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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