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2050>최석산 센트럴시티사장-하이네트정보통신 김인권사장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던 폴 고갱의 젊은 시절 직업은 전직 증권중개인. 다만 은퇴 후 손을 댄 그림에서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이 드러나면서 전직이 묻혀 버렸을 뿐이다.

전설 속의 도시 폼페이를 발굴해 고고학자로 잘 알려진 하인리히 슐리만도 한때 세계 각국을 떠돌던 중개무역상이었다.

은퇴 후 특별한 재능을 살려 유명해진 사람들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원래의 소질을 살리지 못하다가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야 시간적인 여유를 찾기 때문이다.

센트럴시티(구 서울종합터미널)를 18년 이상 이끌고 있는 최석산 사장(65). 서울종합터미널 사장과 모 전산전문학원의 프로그램 강사를 겸임했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최 사장은 별 중의 별이라는 사단장으로 전역한 후,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와 인연을 맺어 한때 전산학원의 프로그램 강사와 서울종합터미널 전산화 작업을 주도하는 등 역동적인 활동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제3시장 지정업체인 하이네트정보통신의 김인권 사장(30)은 이제 갓 30을 넘긴 신세대 사장. 일찍부터 사업에 눈을 떠 정보기술(IT)관련 분야를 전전하다 무선인터넷분야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 유수의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과 무선인터넷 서비스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말 마침 이산가족상봉 행사 준비관계로 매우 분주함에도 불구하고 최 사장은 센트럴시티를 방문한 30대의 김 사장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들 뻘이나 다름없는 젊은 사장을 마주한 노 사장은 벤처와 벤처기업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듯 자연스럽게 벤처사업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재주가 감탄스러워요. 돈에 대한 감각도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예전에는 대학을 나와 취직하면 그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알고 월급받고 다니는 것이 다인줄 알았는데….』 최 사장은 벤처 창업 열풍으로 급변하고 있는 젊은층들의 세태변화에 대해 대견스러우면서도 일면 우려섞인 지적들을 쏟아냈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자금과 마케팅, 인력관리와 위기관리 능력 등 매우 포괄적인 경험을 필요로 하는데 요즘 특정한 기술로 창업한 기술자들이 회사 경영을 잘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요.』

물론 이런 우려를 수없이 들었을 젊은 사장이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듯 『물론 오늘의 풍족함의 저변에는 선배들의 땀이 밑바탕이 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부 젊은 사업가들 중에는 기성세대 자체를 부정하려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대다수의 벤처사업가들은 철저한 자기관리는 물론 사업성에 대한 평가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분업화를 통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응수했다.

김 사장은 『특히 최근에는 자금과 홍보, 마케팅과 기술개발에 대한 사회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그전처럼 어렵지만은 않지만 인력의 이동이 너무 잦다는 것이 벤처기업이 안고있는 문제입니다』라며 최근 벤처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그만큼 핵심기술에 접근해 있는 기술인력 확보가 벤처업계의 화두로 작용한듯 했다.

하나의 직업에 2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기업을 일궈온 최 사장 역시 잦은 이직이 기술의 축적에 많은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센트럴시티도 첨단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고속버스 발권, 호텔업무용으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IT관련장비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그 장비를 운영하는 인력의 교체가 우려돼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첨단 분야여서인지 전산실 구성문제는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벤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도 느끼던 공통적인 관심사. 『회사에서 중요한 경영상의 프로젝트가 있어 인력을 투입하면 그 일에 매달림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이런 성향이 일반화돼 인력 운용에 커다란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로의 흉금을 터놓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좋든 싫든 첨단 기술을 기업의 운영에 활용해야 하는 두 사람에게 있어 자연 화제는 IT기술응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사장은 『요즘은 고속버스 발권이나 극장표 예매가 무선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이런 기술에 대한 젊은층의 수용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운을 뗀 후 『센트럴시티도 젊은이들을 위한 종합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아는데 무선인터넷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이라고 즉석에서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센트럴시티가 교통과 호텔, 극장과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종합 주거공간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IT기술 분야의 전문가에게서 사업추진의 단서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김 사장은 『벤처사업을 하면 항상 부족한 것을 느끼게 된다』며 『선배의 입장에서 앞으로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최 사장은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있다보면 직원들이 무조건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독단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사고방식은 잘되면 답보, 못되면 퇴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젊은 사장에게 당부의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약력)

-김인권 사장

△71년 경기 출생

△90년 숭덕공고 졸업

△97년 우노프로젝트그룹 근무

△98년 한국신용정보통신 근무

△99년∼현재 하이네트정보통신 대표

- 최석산 사장

△35년 서울 출생

△56년 육군사관학교 12기 졸업

△83년 육군 소장 예편

△83년∼현재 센트럴시티(구 서울종합터미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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