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지각변동 오나

세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 구도에 일대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붙박이로 고정되다시피 했던 업계순위가 파괴되는가 하면 동종업체간의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회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여 있다.

◇ 반도체업계=지각변동은 반도체산업의 양대 지주인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 반도체 분야에서 활발하다. 인텔이 독주해온 CPU시장에서는 신규업체의 가세와 후발주자의 선전으로 다각경쟁구도로 바뀌고 있다. 또한 D램 반도체시장에서는 상위업체로의 재편이 가속화하는 한편, 상위업체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AMD는 올들어 발빠른 신제품 출시전략을 펼쳐 10% 초반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려 인텔을 압박하고 있다. AMD는 특히 PC업체와 D램업체들이 선호하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에 대한 호환 칩세트를 인텔에 앞서 출시해 차세대 CPU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CPU업계는 기존 인텔과 AMD에 이어 최근 트랜스메타가 가세하면서 3파전이 형성되고 있다.

서버용 CPU시장에서도 인텔과 AMD가 경쟁하는 가운데 최근 컴팩-삼성전자,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64비트 서버용 CPU시장에 뛰어들어 다각경쟁구도로 바뀌었다.

특히 IBM은 구리칩, 실리콘온인슐레이터(SOI) 등 앞선 반도체 공정기술을 앞세워 컴팩-삼성전자-AMD가 개발중인 알파칩의 수탁생산(파운드리)은 물론 자체 파워칩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지난 1∼2년 사이 활발했던 D램업계 재편도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NEC와 히타치가 내년 초 D램사업을 합작사인 엘피다메모리에 완전 통합하기로 하면서 D램업계는 삼성전자·현대전자·마이크론·엘피다메모리 등 상위 4개사로 확실히 재편됐다.

특히 현대전자·마이크론·엘피다메모리 등 3사의 2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뻔하며 그 과정에서 대만·일본·독일 등 하위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들 하위 D램업체간 합종연횡이 앞으로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디스플레이업계=연이은 LG전자와 필립스의 디스플레이 합작사 설립으로 디스플레이업계의 구도에도 일대 변화가 예고됐다. 우선 브라운관업계는 삼성SDI의 독주체제에서 LG-필립스 합작사와 삼성SDI의 양자대결구도로 바뀌게 됐다.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한 3위 이하 군소 브라운관업체들의 인수합병(M &A)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LG전자와 필립스는 앞으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글라스에 대해서도 합작을 확대하기로 해 이 분야의 업계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업계에서는 대만업체들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만 TFT LCD 업체들은 최근 가격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된데다 현지 경기의 둔화에 따른 자금난 가중으로 신규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조차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대만업체들은 현지업체나 한국·일본 등 하위업체들과 통합 또는 전략적 제휴에 나설 것으로 보여 TFT LCD 업계도 D램업계와 마찬가지로 상위업체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 한국업체에 미칠 영향=업계구도의 변화는 일단 국내업체에 긍정적이다. 국내업체들은 D램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일단 상위권에 있어 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과 채산성 악화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업체와는 무관하다시피 이뤄지는 CPU시장 경쟁도 D램 및 디스플레이 수요 확대를 불러올 수 있어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낙관적인 것만도 아니다. 업계 전반의 수급안정을 이룬 반면 상위업체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경쟁은 차세대 기술개발과 마케팅력으로 판가름나게 됐는데 국내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결코 경쟁사를 압도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스로의 장단점을 냉철히 들여다보고 내부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관계사에 흩어져 있는 TFT LCD 관련 부품사업을 일원화한 것이나 LG전자가 필립스의 힘을 빌어 대대적인 체제정비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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