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필립스의 이번 합작은 힘을 합쳐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미 두 회사는 지난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했는데 이번에 CRT 분야에서도 합작함으로써 디스플레이 전반에 걸쳐 최강의 업체로 우뚝 서게 됐다.
이로써 두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SDI)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왜 합작하나 = LG전자와 필립스는 각각 CDT와 CPT에 대해 강점을 갖고 있다. 필립스는 세계 CPT업계 1위이며 LG전자는 CPT에선 세계 6위이지만 CDT에서는 3위다. 또 기술적으로도 필립스는 브라운관 전반의 기초기술이 우수하며 LG전자는 생산기술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이번 합작으로 두 회사는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기초기술에서 응용 및 부품 기술까지 최고 수준을 이뤄 세계 최고의 CRT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이번에 확정짓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EL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사업도 공동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이미 TFT LCD 분야(LG필립스LCD)에 이어 CRT 분야에서도 합작함으로써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합작 이유는 이같은 디스플레이사업의 시너지효과뿐만 아니다.
두 회사가 이번에 합작하기로 한 이동통신단말기 분야도 양사의 이해관계가 밀접한 사업이다.
LG는 IMT2000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해왔는데 이번에 필립스로부터 20억달러를 유치함으로써 현재 나돌고 있는 자금난설을 털어버리게 됐다.
필립스도 가전에 치우쳐 이동통신단말기 분야에서는 별다른 강점을 보이지 못했는데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생산기술을 갖춘 LG전자와 합작함으로써 이를 집중 육성할 수 있게 됐다.
◇합작법인의 진로 = TFT LCD와 달리 CRT 분야에서 두 회사는 세계 여러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유럽만해도 필립스의 공장과 LG전자의 웨일스공장 등이 같이 있다. 따라서 통합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산재한 두 회사의 해외 생산법인들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두 회사가 합작법인을 지주회사 형태로 만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은 현 상태를 유지하다가 점차적으로 생산 구조를 조정할 것임을 예고케 한다.
그래도 생산법인은 별도 운영할 수 있어 별 문제가 없으나 연구(R&D)조직의 효율적인 통합은 합작법인의 큰 과제다. 또 TFT LCD 합작이 그랬듯이 이번 CRT 합작에서도 두 회사가 공동 경영하는 데 따른 의사결정 지연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합작법인이 생산에서 마케팅, 연구개발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일 것으로 관측됐다.
합작법인이 LG전자의 국내 공장에 대해서 별도로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한 것은 이 공장을 PDP, 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문업체로 특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영향 = 일단 합작 자체로 세계 CRT업계 순위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부동의 1위였던 삼성SDI를 2위로 밀어내고 일약 1위로 부상하는 것이다.
삼성SDI가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 이번 합작으로 세계 CRT시장은 상위 업체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LG·필립스합작사와 삼성SDI 등 두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커져 2위권 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마진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하위 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같은 수준의 업체와 연합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해외 매각을 추진중인 오리온전기도 이러한 합종연횡의 열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또 이동통신단말기 분야에서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이번 합작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전자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의 자존심 경쟁이 가전, 디스플레이에 이어 이동통신단말기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LG전자와 필립스의 긴밀한 제휴가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디스플레이와 이동통신단말기 분야이나 앞으로 디지털가전제품 등의 분야로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일부에서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두 회사가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LG는 반도체사업을 현대전자에 넘긴 이후 전자사업 전반에 걸쳐 기술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필립스 역시 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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