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게임심의 무엇이 문제인가>4회-환골탈태만이 유일한 대안

『국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중흥과 몰락이 좌우될 정도로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영등위의 등급분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현실화하고 게임 산업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조명현 자녀안심하고학교보내기운동사업본부장은 지난주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 주최의 세미나에서 등급심의의 골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이같이 역설했다. 학부모 입장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조 본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영등위 심의가 사행성 규제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쪽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행성을 막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현실성 없는 심의기준을 강요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인 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아 장기적으로는 사행성이 더욱 심한 불법 게임물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역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사전심의에 있어서 실제로 업계에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만을 규제하는 것이 산업 발전은 물론 건전한 아케이드 게임 문화를 정착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아케이드 게임 업소들의 단체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은덕환 회장과 아케이드 게임 업체인 F2시스템의 박성규 사장 등 영등위 주최의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대부분 사전심의 완화와 사후관리 강화를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영등위의 등급보류 기준이 대폭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현행 「업소용 게임물 수입추천 및 등급분류 기준」 12조에서 △베팅 중 더블 기능 △2명 이상의 승부를 통해 상대방의 베팅 수치나 게임 결과에 따른 베팅이 상호교환되는 것 등을 사행성의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전면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16조에서 △슬롯머신·로열카지노·빠찡꼬 등 사행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게임을 동일하게 수입·제작하거나 그 내용을 모사한 게임물 △오락성은 거의 없고 주로 도박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릴식·띠식·짝맞추기식 등의 게임물 등을 사용불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현실성 결여와 게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조항이라며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박이 금지돼 있는 이상 법적으로 이를 막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 영등위의 심의는 사행성 자체보다는 게임의 진행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슬롯머신·릴식·띠식 게임 자체가 건전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행성의 절대적인 잣대로 삼는 것은 잘못됐다』며 조항 삭제를 주장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영등위의 등급심의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심의기준을 완화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한다손 치더라도 관치 심의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진국의 사례를 표본 삼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민간 자율의 심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게임기산업협회(회장 한춘기)·한국게임개발협회(회장 김래태) 등 게임관련 5개 단체가 현행 영등위의 심의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5개 단체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심의제를 폐지하는 대신 신고제로 전환하고 △등급분류 필증을 자체 제작해 부착토록 하며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전문가 위주의 소위원회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업계의 진정서를 문화부 장관 앞으로 곧 발송할 예정이다.

한춘기 한국게임기산업협회장은 『게임물의 등급분류 기준을 폐지해 영등위에 신고만 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행 행위 등을 한 경우 행위제공자와 행위자를 엄중 처벌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게임단체장들이 의견을 모았다』며 『문화부를 통해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국회 문화관광위에 의견서를 제출해 「음비게법」의 재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케이드 업계는 물론 관련단체, 시민단체들이 영등위의 아케이드 게임 심의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문화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등위가 아무리 개선의 의지와 노력을 보인다 하더라도 현행 심의제도의 골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문화부가 공연법·음비게법 등을 제도개선 차원에서 손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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