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37회-케이블TV업(하);SO업계

95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케이블TV방송국(SO)업계는 극심한 경영난과 가입자 부족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SO는 당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끊임없이 부침을 거듭하면서 사업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PP업계 인맥이 주로 대기업과 홍보대행사를 주축으로 형성됐다면 SO업계는 지역 유지와 중소업체들이 초창기 인맥을 구성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SO를 지상파 방송과 동일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초대 SO 사장들은 지상파 간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SO사업은 지상파와 달리 가입자를 기반으로 철저한 상업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지 못한 대부분의 지상파 출신 사장들이 이 업계를 떠났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할 정도다.

초대 SO협의회장을 지낸 박근숙씨(68)는 지상파 방송사 출신으로 이 업계의 맏형이었다. 그는 61년 문화방송에 입사한 이후 30여년간 방송사에서 일해왔으며 94년 서초종합유선방송국 사장으로 케이블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2대 회장을 지낸 황영선씨(63)도 MBC 출신으로 94년 한강케이블TV 사장으로 이

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1대와 2대 회장이 모두 지상파 출신인 것을 보면 초창기 SO업계를 이끌었던 인물들이 지상파 중심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1, 2대 회장은 지금은 모두 이 업계를 떠났으며 많은 지상파 출신 사장들도 타 분야로 옮겨 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방송계 인물로는 원주방송의 한재선 사장과 서부산방송의 이종원 사장, 금정방송의 이완희 사장은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방 MBC 간부 출신이다.

초창기 멤버로 지상파 출신이 아니면서도 아직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대표적인 인물은 현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유재홍 서초방송국 사장(48). 유 사장은 94년 케이블TV 사업 허가 당시 정부 심사위원으로 초기 정책수립에 관여한 이후로 97년 국내 최초 복수케이블TV방송국(MSO)체제를 구축하는데 공헌한 전문 경영인이다.

또 디지털미디어센터(DMC)추진위원회 간사로서 케이블방송의 디지털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박성덕 동작방송 사장과 최근 2년 이상 지연돼온 한국통신의 케이블망 매각을 성사시킨 은평방송의 황선욱 사장(48)도 10년 이상 SO업계와 함께 해온 핵심 인물들이다.

원재연 미래케이블TV 사장(38)도 젊은 나이에 불구하고 96년 공보처 케이블TV 초기 개척자로 선정되고 선진경영기법을 통해 흑자 경영을 실현하는 등 업계의 기린아로 통한다.

초창기 SO업계 인맥을 주도했던 지상파 방송사 출신 사장들은 혹독한 시련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이 업계를 떠났다. 초기에만 해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지상파 출신 사장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SO 오너들이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회사를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겪었다.

이때부터 SO업계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새로운 MSO시대를 열었다. SO업계 제 2기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들은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의 2세와 전문경영인으로 바뀌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2세로 SO업계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사람으로는 태광산업의 이호진 부회장(39)과 유진기업의 유경선 사장(46), 경원세기의 원재연 사장 등이 꼽힌다. 이중 이 사장과 유 사장은 그룹차원에서 케이블TV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원 사장은 경원세기와는 관계 없이 미래케이블TV의 대주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이밖에 전문경영인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최근 국내 최대로 10개 SO의 지주회사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 사장으로 취임한 오광성씨(52).

오 사장은 대우에서만 20여년간 근무한 대우맨으로 SO업계에는 처음 발을 들여놓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경험을 살려 MSO의 복잡한 현안을 과감하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씨앤앰에는 강북본부와 동북본부 7개 SO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 회사의 SO 및 중계유선 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김택중 사업본부장과 디지털방송 부문의 브레인 역할을 해온 조은기 상무 등도 씨앤앰을 이끌고 있는 실질적인 세력들. 이밖에 씨앤앰의 자회사로 10개 SO의 지역 광고 제작 송출 및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중인 서울미디어원 김광 사장(45) 역시 종합광고대행사 CIC동작방송 사장 등을 거친 이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씨앤앰을 추격하고 있는 태광산업과 유진기업은 기존 SO업계의 토착세력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들을 앞세워 공격적인 사업에 나서고 있다.

태광산업 이호진 부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미 코넬대학원 경영학 석사 등을 마친 경영학도로 단 시일내에 안양방송, 중부방송, 수원방송 등을 인수하고 올해 말까지 가입자 수를 100만 가구 이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의 SO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로는 안양방송의 허영호 이사와 정영선 사업본부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태광산업 전자사업부 출신으로 지난 97년 안양방송 인수를 계기로 방송계에 들어와 실무를 총괄해 오고 있다.

역시 공격적 인수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유진기업의 유경선 사장은 최근 8000만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함으로써 한동안 주춤했던 인수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SK텔레콤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전국적인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유 사장을 도와 야전사령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은 91년부터 유진과 인연을 맺어온 김춘수 드림씨티방송 사장(45)으로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들 외에 최근 부산지역 두루넷 소유의 5개 SO를 통합 운영할 MSO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정우 낙동방송 사장(47)도 기대주로 꼽힌다.

최 사장은 79년 금성통신(현 LG전자) 입사 이후 LG홈쇼핑 물류실장 등을 지내면서 홈쇼핑 물류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통합 SO의 운영 시스템을 최적화 하는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올해 SO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최대 이슈로 거론돼온 대호 계열 7개 SO의 새 주인이 최근 온미디어로 잠정 결정되면서 이들 SO를 이끌 인물이 누가 될 것인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외에도 초기부터 철저히 지역과 밀착해 착실히 사업을 키워온 인물도 적지 않다.

인천지역 5개 SO의 시스템을 연계한 인천케이블TV네트워크(ICN)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남인천방송의 이판철 사장과 단일사업자로 굳건히 제주지역의 SO사업을 책임져온 제주방송의 공성용 사장 등이 그 대표적 예다.

또 북인천방송의 최후림 사장도 지역과 밀착한 방송국 운영을 기반으로 부평구와 계양구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다.

기존 SO 외에 내년 3월 SO로 전환하는 중계유선 사업자도 업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10년 넘게 중계유선사업을 벌여온 재력가들이다.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는 96년 12월부터 중앙유선방송사의 회장직을 맡아온 이인석 회장(59). 이 회장은 지난 65년 중앙유선방송사를 설립하고 현재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 전국적으로 10여개가 넘는 유선방송사를 운영하는 등 중계유선업계의 구심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내년초 보유 중계유선을 SO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중계유선방

송사가 모두 SO로 전환할 경우 막강한 MSO의 운영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한국유선방송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남부유선방송의 위차린 사장(59)은 지난해까지 영등포와 마포 지역에서도 유선방송사를 운영했으나 현재는 서초구에서 사명을 남부미디넷으로 바꾸고 신사옥을 준공하는 등 내년초 SO 전환을 앞두고 사세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인터넷 및 부가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서울지역 은평유선방송 등 8개 중계유선방송사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새로운넷의 나병권 사장은 최근 한국아이비엠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브로드밴드 방송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