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한글도메인 열풍

한글인터넷도메인에 대한 등록열풍이 거세다는 소식이다. 등록대행업체만 20여개사가 난립해 있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등록자들 역시 지명도 높은 도메인 선점을 위해 한사람당 적게는 5개, 많게는 50여개씩을 선매하는 「묻지마」식 예약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글도메인에 대한 일반인의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데다 등록비 시장을 겨냥한 등록대행회사들의 부추김이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글도메인은 인터넷도메인으로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등록과열현상은 실익보다는 그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글도메인은 우선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가 인정하는 국제표준인 영문도메인시스템과는 그 체계가 다르다. 따라서 한글도메인을 사용하려면 현재의 도메인네임서버(DNS)체계를 무시하고 새로운 방식의 서버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여러 기능상의 제약과 함께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외국으로 나가는 인터넷라인은 언어나 프로토콜의 장벽때문에 자연스럽게 차단되며 DNS체계 역시 국제표준과는 동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불필요한 트래픽이 증가함으로써 검색속도 등 성능의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한글도메인이 결국은 한글전용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아무리 한글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국내상황일 뿐이다. 글로벌시대에 인터넷을 통해 우리의 문화나 기업의 성과를 알리는 수단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국제표준인 영어주소체계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글도메인에 대한 필요성을 전면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동네 슈퍼마켓이나 약국 등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의 경우 한글도메인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역시 기존의 영문주소와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문도메인을 추가로 등록해야 하는 등 비용면에서 이중부담이 불가피해진다. 또한 그 효용성이나 미래가치 또한 정확하게 파악된 것이 없다.

인터넷환경에서 우리 민족의 최대유산인 한글이 자유자재로 활용된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전세계가 한글을 공용어로 사용해 준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표준이 지배하는 과학기술의 세계는 냉혹하다.

한글도메인은 한글을 정보기술 혹은 인터넷에 접목시켜 나가기 위한 체계적인 한글공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따지고 보면 한글도메인은 오히려 인터넷의 발전을 거스르는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컴퓨터운용체계를 한글화하겠다고 하여 많은 예산만 낭비하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은 그 대표적 사례다.

한글도메인 등록열풍은 영어에 대한 거부감과 정보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터넷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그 배경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미 만들어진 주소체계를 편법으로 한글화하는 것이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시킨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글도메인 등록대행기업들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등록비 시장을 겨냥하기보다는 인터넷환경에서 한글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공학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현단계에서는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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