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25) 벤처기업

코스닥 등록<35>

헬기가 날고 있는 동안은 소음이 커서 대화가 잘 안되었지만, 방음 헤드를 쓰고는 가능했다. 헬기에는 만토집단의 왕 부총재를 비롯해 세 사람의 간부가 더 탑승했다. 헬기가 상공으로 오르자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류 총재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하얼빈 상공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지요? 여객기들은 하얼빈 상공을 돌아서 다니기 때문에 이렇게 직상공에서 보는 것은 처음일 것입니다. 하얼빈이 생각보다 공해가 많지요?』

가을이라 날씨는 화창했지만, 류 총재의 말처럼 도시는 안개에 싸여 있었다. 그 안개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스모그 현상이었다. 상공에서 본 하얼빈은 크게 세 블록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직도 50여년 전의 일본식 건물이나 러시아식의 화려한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리와 판잣집이 즐비한 중국인 시장, 그리고 새로운 빌딩이 들어서 있는 신시가지였다. 송화강을 중심으로 보쌈처럼 싸여 있는 시가지는 산이 없이 평야로 끝없이 펼쳐져 있다. 들판이 나오고, 추수를 마친 밀밭이 보였다. 방풍림으로 심어놓은 버드나무가 무슨 상자곽처럼 밭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하늘에서조차 지평선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이 전개되었다. 그 한 끝에서, 잘 꾸며놓은 푸른 정원 같은 곳에서 헬기는 내려섰다. 대형 주차장 옆에 헬기 착륙장이 보였는데, 그곳에는 이미 다른 헬기 한 대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것은 군용 헬기인데, 아마도 어느 장군이 골프를 치러 나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헬기장에는 세 대의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헬기에서 내린 우리 일행은 그 승용차를 타고 조금 떨어져 있는 건물로 향했다. 헬기장과 건물 사이는 1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였으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모두 차로 옮겼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한다기보다 일종의 타성에 젖어서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대기실이 있고, 커피숍을 비롯한 로비가 보였다. 우리는 대기실 한쪽에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류 총재의 전용 골프채와 그 밖에 여러 가지 골프채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 골프장은 5년 전에 만토집단에서 만든 것입니다. 중국에서 일반 대중들은 사용하기 어렵지요. 이 지역 군장성들과 당간부들이 사용하지만, 그들이 자기 돈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항상 외국인들이 끼어 있는 사교 골프로, 접대비 명목의 공금을 가지고 와서 사용합니다. 외국인 상사의 직원이나 외국인 관광객, 흑룡강성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주된 고객이라 만성적자입니다. 적자이지만 필요한 필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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