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초고속인터넷사업의 수익성

-모음정보 고동호 사장(dhkoh@moumnet.com)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는 스프링벅이라는 영양과에 속하는 사슴과 비슷한 동물이 서식한다. 무리를 이루어 서식하는 이 동물은 매우 특이한 행동양식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무리 중에서 어느 한 녀석이 무엇엔가 놀라 뜀박질을 시작하게 되면 무리 전체가 연이어 뜀박질을 하는데 정해진 방향도 없는 상태에서 덩치가 크거나 작거나, 경험이 있거나 없거나 할 것 없이 처음 뜀박질을 시작한 녀석이 움직이는대로 따라가고 설사 낭떠러지가 나타나 그녀석이 뛰어내리게 되면 모두가 함께 뛰어내려 무리 전체가 죽거나 혹은 일부만이 살아남게 되는 정말 독특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 인구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본격화 등과 맞물려 각종 데이터통신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고속인터넷 사용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9월말을 기준으로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국내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이용자는 262만명을 넘어섰다.

수요가 많아지면 자연 공급도 늘어나게 마련이고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업체들도 덩달아 늘어나 초대형 사업자에서부터 지방 소도시에서 몇백명의 가입자를 유치, 서비스를 제공해 돈벌이를 하는 초미니 업체까지 수없이 많은 업체들이 경쟁에 나서고 있다.

300만명에 육박하는 초고속인터넷 이용자들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케이블 혹은 근거리통신망(LAN)이든 어느 방식인가에 상관없이 각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고 있다.

불나방은 환한 불빛을 찾아 자신의 몸이 타서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든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이라는 먹음직한 파이를 놓고 이를 나눠 먹기 위해 여러 사업자가 뛰어든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파이의 한조각을 얻어내기 위해 들여야 하는 서로간의 경쟁이 극에 달해 겨우 파이조각을 얻어냈다 해도 그것을 입에 넣을 수 있는 힘까지 다 소진해 버린다면 이보다 더 한심한 일이 또 있을까.

여기서 바로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의 수익성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은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초고속인터넷 선발사업자들이 수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선점을 위해 지나치게 요금을 낮게 책정한 데서 기인하는 바 크다.

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100만원 내외의 비용을 소요하고 3만원 전후의 요금을 받는 구조로는 몇 년을 기다려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은 차치하더라도 그 시점까지 살아남아 자기몫의 파이를 차지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국내 인터넷 열기와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시장규모. 그러나 그에 걸맞지 않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장확보를 위해 언제 죽을지 모르고 무한 출혈경쟁에 빠져든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

원인도 모르는 채 무작정 함께 뛰어 내달리는 스프링벅, 자신이 타 죽는 것도 모르고 밝은 불빛의 외형만을 보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의 모습은 개체성장을 위해 전혀 바람직한 행동양식이 될 수 없다.

업계 스스로 나서야 할 때가 왔다.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식으로, 혼자서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며 시장성장의 싹을 자르는 무모한 경쟁은 자제돼야 한다. 우선 수익성을 고려하고 기술 및 서비스 품질을 중심으로 경쟁함으로써 그에 합당한 요금을 이용자들에게 요구할 수 있을 때만이 자승자박의 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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