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IT 교류 백년대계 세워라

강태헌 한국컴퓨터통신 대표이사

정보기술(IT)분야의 남북교류에 대한 논의와 움직임이 다양한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여 남북간 상생의 논리로 새로운 청사진을 구상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진행되고 있는 IT교류가 뚜렷한 비전과 목표 설정도 없이 진행된다면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특히, IT교류를 일반 경제협력 분야처럼 단기적 수익이나 가시적 효과에 기반하여 추진한다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다. IT에 대한 투자회수는

중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 IT교류에 대한 청사진은 철저하게 백년대계라는 대명제하에 준비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무릇 어떤 일이든 뜻하는 바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이해와 끈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의 50대가 주도적으로 남북 IT교류에 대한 씨앗을 뿌리고 40대가 기반을 조성하고 30대가 기둥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꽃을 피워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이 이러한 결과물들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지만 두가지 관점으로 축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IT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남북교류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구매는 차기 버전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두고 하게 된다. 즉, 업그레이드에 대한 지속적인 보장과 확신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판매한 소프트웨어의 유지보수도 중요한 사항 중에 하나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남북 IT교류는 산업적인 특성을 반드시 고려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만약 IT 관련산업의 남북교류에 있어서 이러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을 간과하고 단순용역 형태의 교류가 활성화 된다면, 단기적으로 개별기업의 매출 증대에는 영향을 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남북 IT교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둘째, 북한의 IT 관련 기술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IT에 대한 남북간 시각차가 크고 여러 물리적 한계가 엄존해 있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눈높이로 남북경협을 추진할 경우 기대치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에 대한 사실적 접근과 구조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단계로 남북 IT교류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곧 남북간에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장·단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협력분야를 확정하고 제도적인 장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별기업에 가이드라인과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 9월 21일 정식 발족한 「통일IT포럼」은 민간기구로서 이러한 역사적 사명감을 바탕으로 남북 IT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통일IT포럼」은 백년대계를 위한 조사 및 연구를 진행하고, 여기에서 나온 산출물을 통해 통일되고 일관성 있는 대안들을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중요한 시발점에 서 있다. 우리의 꿈이 원대한 것이라면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호박과 참나무의 예를 보자. 호박씨를 심어서 먹기까지 불과 3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도토리를 심어서 참나무 재목을 얻는 데는 족히 30년은 걸린다. 3개월과 30년은 자그마치 120배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쉽게 얻은 호박은 한끼 식사로 그만이지만 어렵게 얻은 참나무 재목으로 집을 지으면 백년 이상이나 간다. 간절한 소망을 갖고 인내심으로 끈질기게 노력하면 반드시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의 아픔을 살아가는 세대로서 좋은 선물을 마련해줄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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