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붙은 도서정가제 논쟁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도서정가제를 놓고 찬반 양측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화관광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도서정가제가 출판사와 인터넷서점간의 대결로 번지고 있고 여기에 오프라인 출판업체까지 가세해 갈수록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관련협회 등에서 도서정가제에 대한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했으나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긋자 급기야 한국출판인회 회원사 중 181개 출판사가 16일부터 인터넷서점에 책 공급을 중단하기로 공식 결의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인터넷서점들도 출판사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책을 펴낸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할인판매할 수 없다는 재판매가격유지 규약을 엄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서점들이 등장해 책을 판매하면서 10∼40% 값을 할인해 주고 차츰 시장점유율을 높여가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출판업계가 도서정가제를 추진해 입법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출판진흥법에 따르면 1년이 지나지 않은 책을 할인판매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바로 이 조치에 인터넷서점들이 『정가제 의무화는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반발하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인터넷인구가 1600만명을 넘어섰고 재택근무·홈뱅킹·원격교육·전자상거래 등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필수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서점 등장 이후 국내 업체들은 유명작가들과 전자출판 계약을 맺고 e북(전자책)형태로 소설을 내보내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실시 여부와는 관계없이 우리의 시대상황이나 출판여건은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출판계와 인터넷서점 그리고 소비자대표가 협의체를 구성해 단순한 할인판매만이 아닌 디지털시대 출판산업 육성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지향점을 논의하고 타결점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도서정가제를 포기하면 서점간에 지나친 할인경쟁이 벌어져 중소 서점상은 당장 경영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자칫 도산사태로 번질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동안 국내 진출의 방패 역할을 했던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자본력과 마케팅력을 앞세운 외국 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

그러나 정가제를 시행하면 디지털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터넷서점이 다름아닌 도서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인데 할인판매를 법으로 금지하면 인터넷서점은 실질적으로 운영이 어렵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강변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고 자칫하면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대립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우리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를 찾는 일이다. 이번 논쟁에서 철저하게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돼 있다. 도서는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최종 소비자인 독자들의 구매가 중요하다.

이번 기회가 도서출판계의 유통구조 개선과 도서정가 결정 등 모든 구조적인 문제점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출판문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전환점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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