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com」 (카라 스위셔 지음, 이상원 옮김, 21세기북스 발행, 1만3000원)
「그들(AOL)에게 위기는 힘이었다.」
아메리카온라인(AOL)은 81년 컨트롤 비디오 코퍼레이션(CVC)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될 당시만 해도 비디오 게임기용 게임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회사에 불과했다. 89년에서야 현재의 회사명을 사용했다. AOL은 기업이 사라지기 직전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며 성장을 거듭, 지난해 가입자수가 2600만명에 달하고 한달 평균 65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웹사이트를 가진 세계적인 인터넷 회사로 성장했다.
이는 인터넷 업체의 대표격으로 불려지는 야후보다 월평균 방문자수가 1500만명 이상 많고 마이크로소프트의 MSN에 비하면 2300만명이나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출간된 「AOL.com」은 표면적으로는 AOL이라는 기업의 개별적인 성장사에 불과하다. 미국 최대 인터넷 기업의 설립자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출발했으며 어떤 위기를 거쳐 성장해 왔느냐 하는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저자인 카라 스위셔의 주장대로 「미국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의 성장사는 곧 인터넷의 성장사다」라는 전제를 깔고 본다면 이 책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산업이 어떤 위기를 겪으며 어떻게 성장해 왔고 어떤 경영자들에 의해 주도돼 왔는지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인터넷 산업 역사서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인터넷 담당기자를 거쳐 현재 월스트리트저널의 실리콘밸리 담당기자인 저자 카라 스위셔는 「AOL.com」의 첫머리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AOL의 사장인 스티브 케이스 간의 93년 5월의 만남으로 풀어가고 있다.
93년 당시 소프트웨어와 운용체계를 기반으로 이미 세계 최대의 IT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IT분야의 신생기업에 불과한 AOL의 스티브 케이스에게 『난 자네 회사지분 20%를 살 수도, 아니면 회사 전체를 통째로 사 버릴 수도 있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의 이 말은 스티브 케이스에게 『난 자네의 20%를 살 수 있지. 아니면 통째로 사 버릴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직접 이 사업(온라인)에 뛰어들어 자네를 매장시킬지도 몰라』라는 의미로 들렸고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인과 대결을 벌일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경고로 들렸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AOL의 지분을 확보하거나 통째로 인수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AOL을 쓰러트리지도 못했다. 단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다는 약속만을 95년 MSN 출범을 통해 지켰을 뿐이다.
바로 「위기는 곧 성장을 위한 추진체」 정도로 생각할 만큼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성장해온 AOL과 경영자인 스티브 케이스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위협이 곧 미래의 성장을 위한 보증수표 역할을 한 셈이다.
AOL의 이러한 저력은 창업자 중 한사람인 빌 폰 마이스터의 지치지 않는 아이디어와 낙천적인 경영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빌 폰 마이스터는 컨트롤비디오코퍼레이션사를 설립하고 「소스」라는 이름의 가정용 정보기기 사업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빌 폰 마이스터는 AOL의 사장인 스티브 케이스와 수석 기술담당 이사인 마르크 세리프를 영입했다.
물론 빌 폰 마이스터는 AOL이 정식으로 출범하기전 과다지출 문제로 투자자로부터 쫓겨났기 때문에 AOL의 창업자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지만 그가 개념을 세운 가정용 정보기기 사업은 향후 AOL의 사업방향과 일치했으며 그가 영입했던 스티브 케이스와 마르크 세리프는 AOL의 브레인이었던 셈이다.
또 저자는 모두 16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AOL의 위기가 성장을 한꺼풀씩 벗겨가며 그속에 숨겨진 인터넷 업체의 성장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제4장 「MS 대 AOL」에서는 AOL의 지분 20%를 확보하려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끝내 MSN을 출범시키게 된 과정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제9장 「서비스 중단사태」와 12장 「대법원 심리」에서는 가입자 증가를 수용치 못해 서비스가 다운되고 가입자의 원성을 들어야 했던 AOL과 온라인을 통해 포르노물이 유통됨에 따라 AOL이 포르노물 유통의 원흉으로 평가됐던 위기 과정을 첨삭없이 서술하고 있다.
이처럼 AOL이라는 거대 인터넷 기업의 성장세를 낱낱이 파헤친 저자는 에필로그의 부제를 「프롤로그에 불과한 과거」라고 붙이며 AOL은 또 다시 새로운 위기를 겪어야 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시장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을 「돌아온 괴수」라고 표현하며 새로운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의 표현처럼 「AOL에 위기는 힘」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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