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와 민간 DB업체 3사가 공동으로 모색하고 있는 웹 콘텐츠용 DBMS 기술개발 프로젝트는 그동안 분산돼 있던 국내 DB개발역량을 결집해 경쟁력 있는 국산 DB 신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이 본격적인 개발 프로젝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ETRI와 민간기업간 역할분담, 예산문제, 민간기업의 투자방안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또 이 프로젝트가 그동안 ETRI가 주도해 온 바다DB 개발 프로젝트의 재판이 아니냐는 주위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설득력있는 답변과 차별화된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 배경=이번 산학연 공동 DBMS 기술개발은 DB 연구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산 DB업체와 바다I으로 시작된 국산DB 개발 명맥을 이어가려는 ETRI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한국컴퓨터통신, 한국통신데이타, 윈베이스 등 국산 DB업체들은 현재 DB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제품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나 차세대 신제품 개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형편.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기초적인 연구개발은 물론 전반적인 시장조사, 시스템 설계, 프로토타입 구현,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몇 단계에 걸치는 과정이 필요한데 개발역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각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관련인력에 대한 영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DB개발인력 자체가 절대 부족해 이나마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ETRI가 보유하고 있는 20여명의 DB 연구인력과 지난 10년동안의 DB개발 노하우를 이용해 개발력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과 동시에 상용화를 추진해 외국업체와의 개발 격차를 빠른 시일안에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ETRI측 역시 지난 10년 가까이 진행해온 DB개발 사업을 지속하면서도 바다DB 프로젝트 평가에 대한 주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같은 새로운 DB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작업은 유니SQL과 바다DB 통합 등 그동안 부분적으로 거론돼 온 국산DB 통합 움직임이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후속타로 나온 국산DB 진영의 역량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국산DB 개발 주체들은 각개약진하는 것만으로는 외산 제품에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지속적인 결합 및 통합 방안을 고려해 왔으나 ETRI와 민간기업 등 DB 개발주체의 이해관계가 모두 달라 현실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협력기반 구축을 통해 상생하는 길을 찾겠다는 것이 이같은 공동 개발 프로젝트로 표면화된 것이다.
◇쟁점과 변수 =그러나 이 프로젝트 자체가 아직 초기 계획단계인만큼 성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ETRI와 민간 3사는 일단 개발계획에 대한 기본 안에는 이견이 없지만 아직까지 투자규모와 이에 따른 정부지원 문제, 민간기업의 투자방안 등 몇가지 문제에선 공통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TRI측은 현재 전체 투자규모를 3년간 180억원으로 잡고 정부와 민간기업이 2대 1의 비율로 출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측은 일단 ETRI와 민간기업의 DB개발 계획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선 정부가 어느 정도 투자할 것인지, 정통부가 어떻게 관여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DB산업의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올 연말까지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 할 상황이다. 정통부는 정부와 민간기업간의 투자는 동등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민간기업 역시 그동안 인력 및 SW, 장비 등 현물투자를 해오던 방식과는 달리 현금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산DB 업체들은 현금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중소 SW업체로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한 업체의 경우는 현물과 현금투자를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는 아예 프로젝트 참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산 DB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협의과정은 세부적인 일정 수립과 함께 자금 부문에 집중적인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일정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 프로젝트가 그동안 비판받아 온 ETRI 주도의 바다DB 개발사업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바다DB 후속사업을 이름만 바꾼 것은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설득력있는 답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TRI측은 바다DB가 기술력은 우수했지만 상용화 부분에 있어서 오류를 경험한 만큼 이번 프로젝트는 상용화를 전제로 한 DB사업 주체들과의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이므로 완전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향후 시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차세대 DB 신기술 개발인 만큼 상용화나 마케팅 작업까지 공동으로 진행돼 기존 취약점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통부 역시 이러한 주위의 시선에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으나 국산DB 개발역량 자체가 부족한 만큼 산학연을 통해 공동 개발작업에 나서는 것은 차선택이라고 판단, 상용화 가능성 및 향후 시장성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두고 개발작업을 독려·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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