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업계에는 세트업체에 비해 대기업이 적다. 부품업계에 대기업은 가전3사의 계열기업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대우전자부품 등을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 대우전자부품은 대우그룹의 해체이후 워크아웃 상태에 있으며 이달중 다른 기업에 인수될 처지에 놓여 있다.
비록 수는 적지만 대기업에 속하는 이 업체들이 국내 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 3개 기업은 주요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 세트업체에 상당량의 부품을 수출, 우리나라 부품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계의 선두주자는 삼성전기. 올해 매출규모가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 회사는 일반 범용부품에서 정밀칩부품은 물론 이동통신 전용부품과 무선랜 및 세트톱박스까지 생산하는 종합부품업체.
국내 최대 종합부품업체 삼성전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형도 사장(57)은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73년 제일합섬 입사를 시작으로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전자·삼성종합화학 등을 거쳐 93년 삼성전기 대표이사 부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95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벌써 만 5년 동안 삼성전기 대표이사 자리를 맡고 있는 이 사장은 오는 2005년까지 삼성전기를 세계적인 종합부품업체로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전략을 마련,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사업구조 고도화와 기술역량 확보,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 등을 통해 오는 2005년 세계 1위 품목 10개를 달성하고 매출 10조원 및 이익률 15%를 실현하는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도약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이 사장의 경영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
이 사장의 경영능력에 따라 우리나라 부품산업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그가 국내 부품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장은 업무처리는 꼼꼼하고 치밀하면서도 직원에게는 결코 권위적이지 않으며 잔정이 많고 온화한 경영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69년부터 LG전자에서 일해 오다 지난해말 LG이노텍의 사령탑을 맡게 된 김종수 사장(57)은 최근 「광부품산업의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올초 출범한 한국광산업진흥회 초대회장을 맡은 김 사장은 LG이노텍을 오는 2003년까지 세계 톱3의 광부품 전문업체로 육성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기 때문.
김 사장은 지난 92년부터 98년 3월까지 약 7년 동안 LG전자 일본지역본부장을 역임하면서 일본 전자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부품산업의 높은 경쟁력에 있음을 절감했다. 이 때문인지 LG이노텍에 대한 김 사장의 애정 및 의욕은 대단하는 게 주위의 평가다.
LG이노텍은 김 사장 취임 이후 21세기형 전자부품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최근 광부품 및 이동통신부품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 사장의 행보에 따라 LG이노텍 및 우리나라 첨단 부품산업의 발전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시 국내 부품산업계의 거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우전자가 빅딜 파동을 겪을 당시인 99년 4월 대우전자부품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권호택 사장(54)은 대우전자와 대우통신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기업군에 속하는 대우전자부품의 사령탑을 1년 6개월 가까이 맡아온 권 사장은 그동안 워크아웃 상태에 놓인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알루코 컨소시엄에 의한 대우전자부품 인수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음에 따라 권 사장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다. 또 대우전자부품의 매각협상이 타결될 경우 권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아 향후 거취는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상 전선업계는 환경변화에 둔감한 것이 사실이다. 시장의 성장이 완만하고 신기술의 개발도 느린 편이다. 업계 종사자 역시 보수적이며 고집이 세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이런 기존 관념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를 실감하는 부분은 통신용 전선부문. 광케이블이 인터넷, 나아가 초고속통신망의 근간이 되면서 전선업계도 「바뀌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지고 있다.
국내 전선시장의 빅3인 LG·대한·희성을 축으로 전선업계에도 변화의 흐름이 읽혀지고 있다.
이 부문 선두주자는 단연 LG전선. 사령탑을 맡고 있는 권문구 부회장(58)은 제물포고등학교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66년 금성사에 입사한 이래 82년 금성전선 안양공장 부공장장, 재경본부장을 거쳤다. 권 부회장은 현장과 이론·실무를 두루 습득한 전형적인 전선맨.
권 부회장은 업계에서는 얼마 안되는 독특한 「경제철학」을 갖고 있는 최고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경쟁력의 원천에 대해 설파한 「안흥찐빵론」은 두고 두고 업계에 회자되고 있고 최근에는 기업 임직원의 능동적 자세를 강조하는 「택시기사론」을 설파한 바 있다. 여기에는 그의 빈틈없는 성격과 함께 다독가로서의 기질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일찍부터 컴퓨터 분야와 관련한 일을 해온 권 부회장은 또 IT마인드를 갖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상에서의 판매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상의 비즈니스 자체가 강해야 한다』는 지론을 일찍부터 설파해 왔다든지 『기업들의 승부는 IT화를 통한 성과창출에 있다』는 등과 같은 그의 지적은 이같은 평가를 단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전선업계의 또 다른 축으로 지난 55년 국내 최초로 전선분야 사업을 시작한 대한전선의 유채준 사장(64)은 골수 대한전선맨이다.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한전선에 입사한 이래 20년 만에 사령탑을 넘겨받은 유 사장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신중론자로 널리 알려졌다.
양창규 사장(55)은 올초부터 LG의 방계그룹인 희성전선을 이끌고 있다. 술자리 분위기를 리드할 정도로 호방한 성격을 갖고 있는 6척 장신 양 사장은 그러나 꼼꼼한 면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는 IMF를 거치면서 부침이 심했다. 국내 선두주자였던 LG산전이 엘리베이터부문을 오티스사에 매각,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외국자본 유치에 나서고 있다.
LG·OTIS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동양에레베이터 등 대형 3사가 전체 산업매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LG산전이 미국 오티스와 합작으로 설립한 LG·OTIS엘리베이터는 국내 승강기 시장의 절반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를 이끌고 있는 장병우 사장(54)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럭키에서부터 LG전자·LG상사를 거치는 동안 수출업무를 주로 전담해온 「해외통」. 합작회사를 맡으면서 야전사령관의 면모를 보여온 그는 3000명에 달하는 종업원과 자본금 400억원에 달하는 업체의 책임을 맡게 됐다. 장 사장은 「외유내강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사내외로부터 받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백영문 사장(58)은 한국엘리베이터협회·한국주차설비협회 등 국내 승강기 및 주차설비 사업자단체의 대표자를 겸임하고 있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 등을 거친 백 사장은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는 스타일로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친화력이 돋보이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동양에레베이터를 맡아온 금병호 사장(52) 역시 꼼꼼한 성격으로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소극적인 성격이다. 기업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어 회사 안팎의 기대를 모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 전력·자동화부문에 주력키 위해 승강기를 포함한 빌딩설비부문을 매각한 LG산전의 손기락 부회장(63)은 국내 산전부문 대기업을 주도하는 주요 인사다.
165㎝의 단구인 손 부회장은 부드러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결단력과 추진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66년 금성사 관리본부장으로 입사한 이래 금성사 부사장, LG정밀 사장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일화를 남겼고 97년 그룹인화원 원장으로 사업중심에서 한발 물러섰다가 다시 LG산전의 대표이사로 컴백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7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8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9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
10
권성동, 우원식에 “인민재판” 항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 성립으로 단정”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