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유통업계가 대란설에 휩싸여 있다.
최근 용산 등 전자상가의 컴퓨터유통업계에는 불경기와 함께 고유가·고물가 등 사회적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4·4분기 또는 늦어도 내년 1·4분기 안에 연쇄부도·대량폐업 등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과거에도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용산의 유통업계에는 저가경쟁이라는 시장 특성상 연쇄부도설이 난무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대다수 상인들의 견해여서 주목된다.
컴퓨터유통업계관계자들이 이처럼 4·4분기 이후의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1·4분기에는 1주일만에 소진될 분량의 재고도 요즘들어서는 3주이상 걸릴 정도로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유가·고물가로 인해 일반 소비자 수요는 물론 기업 수요까지 급감하고 있고 오는 11월부터는 기업체들도 지난해 발행했던 전환사채의 만기도래로 사실상 전산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선인상가에서 조립PC매장을 운영하는 H사장은 『어차피 소비자 수요는 줄어들대로 줄어든 것으로 보여 조립으로 연명하는 용산시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체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중견기업체의 경영악화가 불보듯 뻔하고 결과적으로 상가경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시장여건 외에도 4·4분기 말부터는 주요 부품 및 주변기기의 규격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것도 컴퓨터 유통 대란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인텔이 최근 1.13㎓급 CPU를 선보인 데 이어 조만간 1.4㎓ CPU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각종 부품 및 주변기기도 새로운 규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기판 및 그래픽카드 등 부품·주변기기 유통업체들은 기존 규격의 재고를 소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요부진으로 사업명맥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컴퓨터유통상가에 확산되고 있는 대란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컴퓨터유통업계의 더 큰 고민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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