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닷컴 열풍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인터넷주가. 세계 증시의 지표격인 미국 나스닥이 움직이는 대로 춤추며 하루밤새 희비가 엇갈리던 코스닥시장. 갑자기 돌출된 수익성이라는 잣대로 인해 인터넷기업들로 몰리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버린 현실.」
불과 1년새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겪었던, 국내 닷컴업계의 짧지만 화려(?)했던 경험이다. 투자자들의 냄비근성을 탓하기도 하고, 「격세지감」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격에 맞지 않는다.
본지와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하고 5개 전문평가기업들이 참가한 「e밸류에이션 프로젝트」는 이처럼 혼란스런 닷컴기업의 가치판단기준을 현실의 눈높이로 맞춘 첫 시도다. 본지가 구축한 광범위한 인터넷업계의 정보인프라와 지난 수년간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축적해온 정보화평가 노하우, 6개 평가영역별 전문기업들의 역량이 총체적으로 결집된 산물인 것이다.
비록 국내 인터넷시장의 일천한 역사와 아직 발아단계에 있는 업종특성, 평가대상기업 선정작업의 어려움 때문에 정교한 평가결과는 도출하기 힘들었지만 활용도는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기업은 물론 닷컴업계가 자사의 취약점 분석을 통해 향후 e비즈니스의 경쟁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e밸류에이션 프로젝트의 진행과정과 추진체계, 방법론 등을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취지
「e밸류에이션 프로젝트」으로 명명된 이번 사업은 글자 그대로 인터넷비즈니스 기업의 현주소를 눈으로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업종이 세분화되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닷컴기업들의 경쟁기반과 시장환경, 취약점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산업경쟁력 향상의 나침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평가대상 기업들에 대해 △시장가치 △비즈니스모델 △경영진 △기술력 △재무 등 5개 분야에 걸쳐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나름대로 정량화된 결과를 얻고자 노력했다. 이를 통해 총 54개 평가기업의 항목별 점수와 총합점수를 산출하고 경쟁기반과 취약성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이번 사업에서 나온 점수를 해당기업의 시장가치 또는 적정주가로 직접 이해하긴 힘들다. 평가대상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에도 불구하고 특히 재무 분야와 주관적인 판단을 요하는 항목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 인터넷업종이 다변화되고 있지만 기업수가 적다는 점에서 업종내 기업별 비교는 아직 이르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또한 증시침체 등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가중되면서 닷컴기업들의 적정 기업가치 산정은 무리라는 게 평가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였다. e밸류에이션 프로젝트를 주관한 기업정보화지원센터 임춘성 소장은 『다소 오해를 불러올 만한 요인은 철저히 배제하고 객관적인 결과도출에 전력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평가결과는 해당기업의 장단점을 정확히 짚어낸 연구결과일 뿐 투자지침서로 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평가주체
e밸류에이션 프로젝트는 본지와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하고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인터넷기업협회가 함께 후원한 합작품이다. 5개 세부항목, 영역별 평가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분야별 전문업체들이 공동 주체로 참가했다. 시장가치 부문에서는 데이터리서치앤컴, 비즈니스모델은 엔셰이퍼, 경영진 부문 휴넷, 기술력평가 한국소프트창업자문, 재무 부문은 나이스벤처넷 등 5개 전문 평가기관들의 역량이 결집됐다. 이와 함께 국제적인 비교평가와 국외홍보를 위해서는 코리아인터넷닷컴이 협력사로 합류함으로써 이번 사업에 힘을 실었다.
특히 본지와 기업정보화지원센터는 이번 평가작업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전담팀을 별도 구성하고, 창투·증권사 투자전문가 50여명과의 외부 협력채널을 구축해 평가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평가방법 및 경과
이번 사업은 국내 시장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한 독자적인 평가도구 개발과 종합적인 비교평가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자체 개발한 「e밸류에이터」는 시장가치·비즈니스모델·경영진·기술력·재무 등 5개 영역에 걸친 종합평가도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장가치 영역의 경우 브랜드가치·시장점유율·고객만족도 등 기업의 대외가치 도출에 중점을 뒀다. 비즈니스모델은 선진성·수익성·법규부합성 등 사업비전에 대한 실현가능성 평가를 수행하는 영역이었다. 경영진 영역에서는 리더십·기업문화 등 기업의 경영관리능력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 기술력은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핵심 솔루션, 연구개발(R&D) 역량을 총체적으로 점검했다. 재무영역은 비공개기업의 경우 정확한 원천자료 확보에 다소 애로가 있었으나 주로 재무구조의 안정성과 수익성·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진행됐다.
e밸류에이터가 이번에 처음 적용된 분야는 종합쇼핑몰·북쇼핑몰·경매·IP/ISP·포털·커뮤니티 등 총 6개 업종의 35개 선도기업군. 한솔CSN·삼성몰·교보문고·옥션·천리안·다음커뮤니케이션·세이클럽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선도기업들이 1차 평가기업들이었다. 본지와 기업정보화지원센터는 이를 위해 지난 4월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하고 5월 협력기업들을 모집한 뒤 수차례 평가방법론의 보완과정을 거쳐 8월부터 두달간 본격적인 평가작업을 벌였다. 신뢰성있는 데이터수집을 위해 우선 100여개 세부항목을 담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경영진과 기업에 대한 현장방문조사를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는 5개 영역별 평가전담기업들의 전문가들이 모여 주관적 평가를 나누고 상호 검증을 거쳤다.
이밖에 최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신생 인터넷기업 19개도 평가에 참여함으로써 자사의 경쟁력을 점검받았다. 특히 선도기업 가운데 이번 업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 1년간 주식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새롬기술이 함께 평가기업으로 참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평가 가중치 적용
평가방법론 e밸류에이터에서 가장 특징적인 대목은 업종에 따라 영역별 가중치가 별도 적용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에 사용된 평가영역별 가중치는 16개 창투사·증권사의 팀장급 전문가 51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취합된 결과로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평이다. 가중치에서 업종 구분없이 기업경쟁력을 결정짓는 평가영역은 비즈니스모델로 나왔다. 이번 사업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강릉대 이창수 교수는 『타 영역에 비해 비즈니스모델이 중요한 경쟁기반으로 꼽힌 것은 산업적인 성숙도에 기인하는 것 같다』면서 『이는 곧 시장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동반한 비즈니스모델의 중요성을 뜻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모델에 이어 시장가치·재무·경영진·기술력 등으로 가중치가 매겨져 닷컴기업의 기술력은 비교적 우선순위에서 뒤처진다는 게 투자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업종별로도 약간씩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비슷한 가중치 순서로 나타났다. 비즈니스모델의 경우 IP/ISP업종을 제외한 종합쇼핑몰·북쇼핑몰·경매·포털·커뮤니티 등 대다수 업종에서 가장 높은 가중치를 차지했다. IP/ISP업종은 타 업종과는 가중치 순위가 차별화돼 눈에 띈다. IP/ISP에서 우선적인 가중치는 경영진에 매겨졌고, 이어 비즈니스모델·시장가치·기술력·재무 순으로 나타났다. IP/ISP업종의 이같은 결과는 대다수 경쟁기업들이 유사한 외형을 갖추고 있어 향후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간 제휴·협력 등 시장환경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기술력의 경우 북쇼핑몰 업종에서는 세번째 우선순위로 나타나 업종간 차이를 드러냈다. 이는 아마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고객 구매성향 파악 및 활용여부가 전문쇼핑몰의 핵심 경쟁요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선도기업 35개
종합쇼핑몰-한솔CNS, 삼성몰, 인터파크, 롯데닷컴, 신세계사이버몰
북쇼피몰-교보문고, 와우북, 알라딘, 북스포유, 예스24
경매-옥션, 와와, 셀피아, 이쎄일, 삼성옥션
IP/ISP-천리안, 유니텔, 하이텔, 나우누리, 넷츠고
포털&허브-다음, 야후코리아, 드림위즈, 라이코스, 네이버, 네띠앙,
인츠닷컴, 심마니
커뮤니티-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세이클럽, 스카이러브, 프리챌, 다모임
기타-새롬
★유망기업 19개(회사/서비스명)
규장앤책마을, 네티비젼, 넷피아, 더존디지털, 드림세이버, 디픽셀, 리치바이리치, 마법닷컴, 마이디지털, 메타젠소프트, 비씨넷, 예스월드, 와우티켓, 인터하우스, 제스퍼오토, 코비존닷컴, 콤포몰닷컴, 투이브닷컴, 퓨전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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