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3-신경제>신경제 정책-새로운 정부구조와 역할

『기존의 아날로그 경제에 기반을 둔 사고나 정책은 버려라-디지털 정보통신 중심의 신경제를 추진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최근 정보통신혁명시대를 겪으면서 신경제로 이행하는 기업들의 대체적인 사고방식을 이같이 규정하면 지나칠지 모른다.

하지만 디지털경제에 힘살을 붙게 하는 디지털적 사고의 본질을 살펴보면 수긍이 갈 만하다. 디지털경제는 다름아닌 네트워크의 경제이자 속도의 경제, 지식기반의 경제라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초 이후 신경제의 핵심으로 힘을 얻고 있는 정보통신·인터넷 중심의 신경제는 각국 정부의 정책적 사고방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류 한장에도 인터넷의 위력적인 무게가 실려야 하고, 기업간 거래도 사이버상

에서 이뤄지는 것이 인터넷시대의 조류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각국 정부도 이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기에 분주하다.

미국 상무부가 자국에서 발원해 세계 신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부상한 전자상거래(EC)의 무관세화를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에 자국의 산업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은 해마다 디지털경제를 대변하는 신경제보고서를 발행, 자국의 산업움직임을 분석·파악하고 이를 지원하는 방안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이같은 흐름을 타고 EC의 비과세 관행 유지와

EC관련 현안에 대한 포괄적 검토에 합의하는 등 공조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최근들어 생물산업 관련법안 입법예고, 온라인상의 디자인거래 시스템 마련, EC 지원책 강화, EC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디지털전자산업의 수출 주력화, 광산업·생물산업단지 등의 지역특화산업 유치 등 다양한 신경제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사례만으로도 낱날이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정보통신산업 기반의 신경제에 대한 각국의 관심을 읽기에 충분하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이제 신경제로의 접근과 접목을 위해 정책 묘안을 짜내기에 바쁘다. 신경제의 틀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패러다임 변화방향은 몇가지 뚜렷한 특징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지식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신경제의 특징은 글로벌 경쟁, 정보기술혁명, 생산성 향상, 인터넷 경제의 활성화, 인터넷 활용의 확대, 벤처기업의 증가, 공학과 과학의 발달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틀과 그 이면의 배경을 잘 이해할 때 기업은 비로소 정부가 처한 현실과 정책방향의 맥을 짚어볼 수 있으며 정부도 보다 효율적인 정책방향의 가닥을 잡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신경제의 특징이나 틀에 대한 다양한 시각 가운데는 신경제 예찬론자들의 『규제 위주의 정부정책적 역할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극단적 주장도 들어있다. 기술에 대한 규제철폐와 정부의 개입중단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극단적이더라도 최근 우리정부의 규제완화 등의 노력진행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부분적이나마 설득력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우리정부가 벤처기업 설립 및 코스닥 등록에 대해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등 규제완화책을 실시하는 것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가까운 예가 될 것이다.

이들의 의견 가운데 귀담아들을 만한 것으로는 신경제로 인한 경제정의 및 사회통합의 저해,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에 따른 조직축소, 임금정체, 소득불균형의 문제점 지적 등이 꼽힌다.

이같은 다양한 논란 속의 신경제는 정책 당국자들에게 올바른 정책적 시각과 미래를 보는 밝은 눈을 요구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미래의 경제는 올바른 정책적 시각과 방향을 기초로 한 거시적인 신경제 정책에 토대를 두고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켠에서는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잠재력을 갖고 있는 미래에 대비해 더욱 강력한 지식인 육성, 고급인력 양성, 글로벌 표준에 기반을 둔 규범형성 등의 집중을 촉구하는 집단도 나오고 있다.

지난 2∼3년 사이 벤처기업의 급증에 따라 고도의 지식에 기반을 둔 무수한 직업들이 나오면서 종래의 직업구도가 바뀌었다. 고도의 지식인력을 필요로 하는 이 신경제는 기존의 단순한 노동인력 위주의 경제인력 고용정책의 틀을 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소위 구경제에서는 고도의 지식을 습득하지 않더라도 경제에 기여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더이상 어렵게 됐다. 신경제가 고용의 기회를 늘리더라도 신경제와 구경제 종사자간에 소득 불균형의 심화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

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해결의 필요성이 나오게 되는 이유다. 글로벌한 경제흐름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나마 전자상거래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향후 산업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 다름아니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아날로그시대의 정책적 사고로는 더이상 대응할 수 없을 정도의 급속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의 온라인화, 온라인기업의 몰락과 기업간 인수합병 등이 무수한 경제적 변수로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현상에 상응하는 디지털적 사고에 기반을 둔 정책적 사고없이는 기업을 지원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 90년대 초 미국에서 정보통신(IT)산업을 중심으로 급격히 불붙기 시작한 경제는 임금상승률을 웃도는 생산성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8년간 미국은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호황을 기록하면서 신경제란 신조어를 만들고 이어 이 현상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를 세계적인 신경제 중심지의 대명사로 만든 것은 역시 민간과 정부의 자유로운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투자분위기와 이를 장려하는 인력지원정책, 고급인력 유입정책 등의 성과가 미국경제를 살찌우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네트워크와 속도 그리고 지식기반에 더해 이뤄져야 하는 정책적 사고의 변화에 덧붙여지는 요소로 글로벌 표준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개방적 사고에 기반을 둔 정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력들이 해마다 11만5000명씩 미국으로 몰려든다. 미국 상무부는 이들에게 적어도 6년간 미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비자를 발급하고 이들의 절반 정도가 연봉 5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유연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비록 우수인력 유입정책의 단적인 예라고는 하지만 미국정부가 신경제 육성을 위해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잘 반영한다. 정부는 기업에게 조용하고도 유연하게 기업의 약점을 보강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을 달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말해준다.

그동안 새로운 경제에 대응하는 변화의 주체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기업들을 지원해 온 정부에도 변화의 흐름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민간기업의 실정을 파악하고 세계적 흐름에 보조를 맞추거나 이에 앞선 정책을 수립할 때 민관을 축으로 하는 신경제의 흐름은 가속페달을 밟게 될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지난 98년을 전후로 벤처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현정부의 한걸

음 앞선 전략적 정책에 의한 것이다. 「컬럼버스의 달걀」에서처럼 행한 후에는 쉬운 것일 수 있지만 결코 함부로 생각해내기 어려운, 그러한 무겁지 않으면서도 유연한 정책적 사고를 요하는 것이 신경제다.

신경제의 현실은 이제 이를 주도하는 벤처산업의 거품론과 안정론 등의 다양한 논의가 나올 정도로 성숙되고 있다. 지난 2∼3년 사이 신경제의 동인인 벤처기업이 7000여개로 불어났고 올 상반기에만 약 5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매출액의 20%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신경제를 주도하는 첨단 벤처 중소기업의 역할이 증대됨에 따른 정부내의 변화 역시 시대적 요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전세계 선진국은 제조업 중심의 아날로그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 정보통신·환경·생물공학 중심의 디지털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미국 신경제의 동인이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전역의 벤처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역시 우리경제를 재도약시키게 될 것이다.

실물경제의 주체인 민간기업을 북돋우는 것은 정부다. 다행히 최근 정부내에 전문가들의 보강기회가 늘고 있고, 차세대 핵심기술산업인 환경·정보·생물공학 쪽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정부는 지난 2∼3년간 부쩍 성장해 온 신경제의 주역인 벤처기업에 대한 더욱 강력한 지원·육성책을 발휘해야 할 새 출발선 상에 서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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