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 및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신경제는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IT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신경제 체제로의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각 국의 상황을 살펴본다.
△중국
중국은 신경제 이행 과도기에 있다. 대외 개방에 인색한 사회주의 체제 특성에 따른 제도적 규제 등의 한계가 있지만 변화와 유연성 등 신경제의 기본 속성과 부딪히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경제의 뿌리로서 세계 모든 정보의 교통로 역할을 하는 인터넷은 지난해부터 제2의 산업혁명이라 할 정도로 붐을 일으키며 국민 경제 전반에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이른바 닷컴 벤처의 설립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그 중에는 미국 나스닥에서 자금을 끌어들이는 유망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터넷 인구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올 5월 말 현재 1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중국어 사이트도 확인된 것만 3만개를 넘어섰다. 이 중 포털사이트인 「신랑망(시나컴)」 「소프트컴」, 쇼핑사이트인 「8848」 등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특히 세계 중소기업의 제품을 각 나라 언어로 판매하고 있는 무역중개 사이트인 「알리바바닷컴」은 중국어이외에 영어·한국어 등의 사이트도 운영하며 40만개 이상의 업체들을 회원사로 확보,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세계 닷컴 열기 냉각현상이 중국에도 나타나 닷컴 기업의 90%가 자금난으로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신경제의 한 축이 될 닷컴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허용키로 했다.
신경제의 기반이 되는 중국의 IT산업도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99년 총 생산액은 전년비 20% 증가한 2050억위안(한화 약 25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올랐다. 견인차는 PC 및 그 주변기
기인데, PC는 99년 출하가 490만대로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했고, 올해는 800만대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
고급 인력이 풍부한 인도는 소프트웨어 세계 최강국을 표방하며 신경제로의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 특히 최근에는 자국의 고급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인도의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은 20%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8년 연속 5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올 3월 마감한 99 회계연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40억달러로 전년대비 51%나 증가했으며 올해도 수출 규모가 50% 이상 늘어 63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소프트웨어의 비중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져 94년 2.5%에서 지난해는 10.5%까지 올랐다.
세계가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주목하는 것은 사실 임금이 싸면서 영어 의사 소통이 원활한 노동력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임금으로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도 있지만 이들의 기술력은 지난해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던 2000년도 컴퓨터 인식오류(Y2K)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인정받았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수준은 미국의 카네기멜론대학 등이 인증하는 하이테크 기업용 국제기술규격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레벨 5」를 취득한 전세계 50개 기업 중 무려 29개사가 인도 업체라는 점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203개사가 인도의 소프트웨어 업체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탁하고 있다.
인도가 매년 배출하고 있는 IT관련 기술자 수는 약 8만명에 달하고 있는데 최고급 인력은 주로 인도 공과대학(IIT)에서 양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는 이 정도의 기술자를 배출할 수 있는 나라는 인도가 유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간의 인도기술자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IBM·모토로라·필립스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인도에 잇따라 연구 개발거점을 설치하고 있다.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역적으로는 이미 하이테크 도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방갈로르·하이데라바드·첸나이·뭄바이·뉴델리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해외 유수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인프라 정비 및 기술자 육성 등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 정부 역시 벤처기금의 창설, 세제우대 등의 지원책을 내세우며 소프트웨어를 핵심으로 하는 신경제로의 이행에 힘쓰고 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IT산업 육성에 나서 신경제 수준이 동남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평가된다. 특히 IT산업은 이미 「인프라 정비」라는 1단계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라의 대표적인 IT진흥책은 마하티르 수상이 제창하는 고도정보화 도시계획인 「멀티미디어·슈퍼코리더(MSC)」에 집약돼 있다.
MSC에서는 수도인 콸라룸푸르를 포함해 동서 15㎞, 남북 50㎞의 지역에 대용량 광케이블을 부설해 전자정부 및 인터넷을 이용한 교육·의료·다목적 IC카드의 이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외 하이테크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 지원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
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하이테크 기업의 유치를 목적으로 「MSC 스테터스」란 자격을 제정, 스테터스를 취득한 기업에게는 법인세 면제 및 외자 전액출자, 외국인 고용 자유화 등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이 자격을 취득한 기업은 이미 324개사에 달한다.
이밖에도 지난해 7월에는 연구개발도시 「사이버 자야」도 열었다. 사이버 자야에는 일본전신전화(NTT), 멀티미디어 대학, 텔레컴 말레이시아 등 3사가 입주,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정비돼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도 확보하기 쉬워 해외 유수업체들의 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신경제를 위한 인프라 개발에 가장 먼저 대처한 나라다. 98년 전국을 하나로 묶는 고속 광케이블망 「싱가포르 원」을 완성, 인프라 기반을 구축했다. 그러나 과다한 요금 책정으로 지난 2년간 이용이 일부로 한정돼 왔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부터 향후 10년 동안의 신경제정책인 「인포컴 21」을 입안해 소득과 교육수준을 따지지 않고 국민 각 층에 IT를 알려나갈 계획이다.
인포컴 21에서는 정보 격차의 해소를 목적으로 저소득층 3만가구를 대상으로 중고PC를 무료 공급하고, 인터넷 접속요금도 무료화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또 올 4월 당초 계획을 2년 앞당겨 통신시장의 「완전자유화」
를 실시했다. 자유화로 신규참여와 업체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통신요금의 저가화와 그에 따른 통신 서비스의 보급 확대를 촉진시킬 계획이다.
이밖에도 정부 주도의 신경제 계획 일환으로 최근 「인터넷 진흥책」도 발표됐다. 이 진흥책을 통해 국내산업의 인터넷화를 촉진시켜 전자상거래의 국제적 핵심기지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싱가포르정부는 밝혔다.
△태국
태국에서도 신경제의 인프라가 될 IT산업 육성이 활발한데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프트웨어와 관련해서는 이 분야 최초의 인큐베이터인 「소프트웨어파크 타일랜드」를 추진, 이미 국내외 14개 업체가 참여해 게임소프트웨어 등의 개발을 진행중이다.
반도체 분야로는 공업청, 과학기술·환경청, 국가 일렉트로닉스 컴퓨터 기술센터(NECTEC)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총 10억∼12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전공정 공장을 건설중이다.
이밖에 IT산업 육성을 위해 통신시장 자유화, 외국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벤처자금 지원 등의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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