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무역항 홍콩을 방문하면 우선 첵랍콕 공항에서부터 시내에 있는 주요 호텔과 빌딩 등 업무지역, 시 외곽에 있는 공단지역도 대부분 전철로 1시간 안에 연결된다는 점에 놀란다.
홍콩은 또 동남아시아 각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항만과 중국으로 가는 화물 80%를 처리하는 3개의 대형 컨테이너 터미널, 우리나라 코엑스(COEX)같은 국제 전시장을 2개나 보유하고 있다. 흔히 홍콩을 「무역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홍콩의 저력이 인터넷 시대를 맞아 다시 한번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홍콩은 그 동안 구축한 튼튼한 오프라인 무역 인프라를 바탕으로 최근 아태지역을 잇는 전자상거래 중심 국가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이틀동안 주마간산격으로 돌아본 홍콩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전자상거래 등 몇몇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수출진흥을 위해 홍콩 정부가 운영하는 홍콩무역발전국(HKTDC). HKTDC는 수출진흥이라는 설립목적부터 조직구성 및 심지어 직원수까지 우리나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닮았다. 그러나 HKTDC는 인터넷을 전자상거래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KOTRA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HKTDC 웹사이트(http://www.tdctrade.com)를 찾으면 우선 23만여 개에 달하는 홍콩과 중국, 대만업체들에 대한 최신 정보를 「원 클릭」으로 검색할 수 있다. 회사 수만큼이나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 종류도 다양하다. 중국 및 대만에서 생산된 값싼 섬유와 완구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홍콩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된 전자제품, 휴대폰과 핵심부품인 반도체 등의 비중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또 콘텐츠의 질도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저 회사의 연락처와 제품 소개만 달랑 올려놓은 대부분의 국내 웹사이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이러한 성과는 물론 많은 투자가 선행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HKTDC 레이먼드 입 국장(정보서비스 사업부·47)은 『HKTDC에 소속된 900여 명의 직원들이 수집한 각종 무역관련 정보를 분류해 매일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정보는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이다. 전세계 40만여 명의 바이어들이 이 웹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매일 1000여 명의 바이어들이 「대박」을 안겨줄 제품을 찾기 위해 이곳을 즐겨 찾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HKTDC의 전자상거래 사업은 합격점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전자상거래 대국으로 부상하는 홍콩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웹사이트로는 홍콩 최대 재벌인 허치슨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항만 사이트인 「포츠앤포털(http://www.portsnportals.com)」을 들 수 있다.
허치슨그룹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 양쪽 화물 터미널을 비롯해 전세계에 수십 개국의 운하 및 항만 운영권을 소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포츠앤포털 사업에도 최근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허치슨그룹이 그 동안 오프라인에 건설했던 거대한 항만 및 물류 시설을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재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사이트를 찾으면 5대양 6대주를 오가는 각종 선박과 항공기의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통관절차 등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무역업체들은 이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수출입 화물을 신속·정확하게 운송할 수 있다며 환호하고 있다.
포츠앤포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서류 없는 통관을 목표로 홍콩 정부가 운영하는 트레이드링크(http://www.tradelink.com.hk)와 아레나(http://www.arena.com)를 비롯한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들과도 잇달아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궁극적으로 상품거래에서 통관 및 배달까지 이 웹사이트에서 「원 스톱」으로 처리한다는 목표를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홍콩 전자상거래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더 찾아 볼 수 있다. 사실 홍콩 경제의 저력은 소수의 대기업보다 수십만개의 중소기업들도 나름대로 국제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홍콩은 기업들의 정보화 수준에서도 굳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평균화되어 있다.
그 동안 중소기업 위주로 성장해온 홍콩이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도 한국과 대만 등 아태지역 경쟁국가에 비해 한단계 앞서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KOTRA 홍콩 무역관의 윤효춘 차장도 『홍콩의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국제 무역의 기초가 튼튼한 데다가 정보화에도 앞서 있었던 만큼 전자상거래에 대응하는 속도도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것이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분야에서는 홍콩 기업들이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HKTDC가 최근 펴낸 「홍콩 전자상거래 성공사례집(Success Stories in Electronic Commerce in Hong Kong)」을 보면 홍콩 기업들이 최근 전자상거래 분야에 얼마나 정성을 쏟고 있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
HKTDC가 약 3개월 동안 자료를 수집한 끝에 펴낸 홍콩 전자상거래 성공사례집은 바로 최근 홍콩 전자상거래 산업의 수준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무역회사와 의류, 컴퓨터, 소비재, 연예·오락, 금융, 식음료, 정보 서비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만 운영하는 온라인 도소매 유통업 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홍콩 기업들의 전자상거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성공사례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회사들은 역시 오랫동안 홍콩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해온 섬유 및 무역분야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다. 이들 중에 버텍스포털이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텍스워치(http://www.texwatch.com)가 아태지역 섬유와 의류관련 정보를 가장 신속·정확하게 전해주는 포털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는 미국의 유명 의류회사들에 납품하는 탤어패럴(http://www.tapgroup.com)과 아기용 기저귀로 유명한 P&G의 홍콩 대리점에 불과했던 선상도 지난해부터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성공한 회사로 소개됐다.
또 전자업체로는 홍콩과 중국, 미국 등 13개국에 2만 명 이상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V테크(http://www.vtech.com)가 최근 제품의 설계단계부터 제조, 마지막으로 판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회사경영을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완비해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금융 분야에서는 중화은행그룹(http://www.bocgroup.com)이, 또 인터넷에서만 운영하는 순수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중국 책만 골라 판매하는 「차이니즈북(http://www.chinesebooks.net)」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이 각각 최근 홍콩의 인터넷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인터넷 비즈니스 세계에서 아직은 성공보다 실패사례가 훨씬 더 많다. 전세계 인터넷 업계가 최근 몇 달 동안 첨단기술 주가 폭락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홍콩에서도 어김없이 일어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http://www.scmp.co와)과 톰(http://www.tom.com) 등 홍콩의 대표적인 인터넷 업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잇달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홍콩 회사들이 전자상거래 사업에 진출하는 배경과 지금까지 성과를 분석하는 것은 전세계 시장에서 이들과 강력한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무엇보다도 홍콩 기업들이 최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요인을 분석해 하루빨리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또 홍콩에서 실패로 끝난 사례라고 해도 그 원인을 분석해보면 우리가 교훈으로 삼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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