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6일, 직장인 김씨는 아침에 일어나 TV로 뉴스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온 e메일을 확인한다. 출근길에 차량에 설치된 음성인식 인터넷시스템으로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 그날의 주요 업무를 미리 파악하고 출근 후에는 PC를 통해 해외 지사와 의견을 교환하며 사무를 본다. 외근시 회사 서류가 급하게 필요하게 되면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개인휴대단말기(PDA)로 서류를 받아 확인한다. 퇴근길에 상점 앞을 지나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상품을 보게 되면 휴대폰으로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여자 친구의 주소로 배송을 신청한다. 귀가 후에는 가정용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고 지루해지면 게임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 최신 게임소프트웨어를 주문한다.
김씨가 이날 하루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이용한 단말기는 6가지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지지만 오늘날 우리 생활에도 이러한 모습은 하나둘씩 실체로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으로 e메일을 보내고 확인하는 것은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됐으며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춘 TV도 등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2가지 이상의 단말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여덟번째 이야기는 인터넷 접속 기기가 PC 일변도에서 탈피, 다변화되는 시대를 맞아 달라질 전자상거래 환경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편집자◆
포레스터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4년에는 미국 전체 가구의 45%가 PC를 포함해 2가지 이상의 인터넷 접속기기를 보유할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접속기기는 휴대폰, PDA는 물론 TV, 라디오, 게임기, 차량용 통신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뻗어가고 있다. 앞으로 2∼3년후에는 과연 어떤 제품들이 인터넷 기능을 장착할지 흥미로울 정도로 인터넷 접속기기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선 인터넷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다.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정기적으로 접속하는 사람은 2001년 200만명에서 2003년에는 2300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접속을 지원하는 양방향TV 또한 사람들에게 많은 환영을 받을 것이다. 2003년 양방향TV를 보유한 가구는 150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에는 텔레비전을 통한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T커머스」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작은 PC」 PDA도 인터넷 단말기 다양화 시대에 한 몫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PDA는 휴대폰으로는 한계가 있는 복잡한 콘텐츠 구현 기능을 맡을 것이다. 이동중에 서류 같은 것을 전송받아야 한다면 휴대폰보다는 PDA가 적합할 것이다.
이밖에 차량용 인터넷시스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같은 대형 자동차업체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 접속시스템을 장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 또한 주요 인터넷 접속 수단의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포레스터는 이와 같은 인터넷 접속기기 다양화 시대에 일어날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전자상거래, 인터넷 콘텐츠, 하드웨어, 통신 분야 등의 4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대부분의 업체들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이용행태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소비자들이 2가지 이상의 단말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에 나타날 전자상거래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조사에 응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PC는 여러 인터넷 접속기기 중의 하나가 될 것이며 PC외에 접속기기를 개발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업체들은 PC외의 접속기기가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표1참조
인터넷 접속기기가 다양해지면서 업체들에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사항은 단말기별로 적합한 콘텐츠를 제작·제공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PC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했기 때문에 PC 모니터에 맞는 콘텐츠만 마련하면 됐다. 하지만 대형화면(양방향TV)에서 손바닥만한 화면(PDA), 심지어는 그보다 더 작은 화면(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콘텐츠가 구현되기 때문에 각 단말기별로 맞춤 제작이 필요하다.
화려한 그래픽에 멀티미디어를 가미한 콘텐츠는 양방향TV나 PC에서는 아주 훌륭한 콘텐츠가 되겠지만 휴대폰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단말기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1인당 이용하는 인터넷 단말기가 2개 이상이라는 것은 개인의 작업 정보가 여러 기기에 나뉘어 저장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상호 기기간에 저장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PC를 통해 구입한 오디오 파일을 차량에 설치된 시스템에서 듣고 PDA를 통해 구입한 e북을 PC에서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각 기기간에 콘텐츠 교환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무선네트워크기술이나 업체간 표준이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인터넷 접속기기 다양화 시대에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특히 명심해야 할 점은 PC가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2가지 이상의 단말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해서 PC를 버리고 다른 기기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새로운 단말기가 등장하지만 PC는 여전히 주요 인터넷 접속수단으로 사랑받을 것이고 전자상거래에도 많이 이용될 것이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 부분을 주지하고 사업을 펼쳐야 한다. PC는 다른 단말기와는 달리 많은 양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구입 전에 오랫동안 생각을 하고 타 상품과 비교한 후 구입을 결정하는 고가상품 구매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양방향TV가 향후 전자상거래에서 PC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반대로 휴대폰이나 PDA 등은 공연티켓이나 음반, 서적 등 비교적 저렴하면서 신속하게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되는 상품 거래에 주로 쓰일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단말기별로 소비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달리 가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TV를 온라인 판매하는 업체가 특별 할인판매를 통해 매출 확대를 노린다면 먼저 휴대폰, PDA 이용자가 접할 수 있도록 할인판매 광고를 내보내야 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할인판매를 인지시킨 후에는 좀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해당 제품의 특징, 할인 가격 등을 자세하게 올려놓아야 한다.
물론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PC나 양방향TV를 통해 접속할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관심 있는 제품의 상세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제품의 색상과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타사 제품과의 비교가 원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PC, 양방향TV로 해당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한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영화표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라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해당 영화의 광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해당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신들이 영화를 보러가게 됐을 때 그 영화를 떠올릴 것이고 번거롭게 PC를 통해 예매하기보다는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표를 구입할 것이다.
인터넷 단말기 다양화 시대에는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여러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항공업체는 고객이 항공권을 온라인으로 구입했을 경우 고객의 휴대폰으로는 도착지의 항공사 고객센터나 예약변경을 할 수 있는 곳의 전화번호 목록을 보내주고 자세한 비행 스케줄이나 도착지의 여행 정보를 PC로 보내줄 수 있다. 또한 우수 고객의 경우는 장거리 비행에서 읽을 수 있는 e북을 PDA용 파일로 보내주어 환심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고객의 인터넷 단말기 이용행태에 대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고객이 어느 단말기를 이용해 사이트에 접속했고 실제 구매는 어느 단말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관리한다면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넷 단말기의 종류가 늘어난다는 것은 전자상거래업체들에는 아주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온라인 구매행위도 증가하고 이는 업체들에 매출 신장을 안겨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다. 각각의 단말기에 적합한 콘텐츠와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한 업체들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고 환경변화에 늦게 대처하는 업체는 도태되고 말 것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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