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현장을 가다>19회-톨리그룹

인터넷이 막 태동하던 10년전 시스코시스템스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들이 대학 연구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미국은 물론 전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거대 대기업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일반인은 네트워크 장비의 객관적인 성능이나 문제점에 대해 정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일반 사용자가 상호운용성이 보장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전은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인터넷은 정보통신 시장의 주체를 거대 통신망 사업자와 통신장비 제조업체 등 「공급자」로부터 소규모 서비스 제공자와 일반 사용자 등 「수요자」로 급속히 교체했다. 인터넷 보급 이전까지 네트워크 장비의 선택기준은 브랜드였으나 인터넷 보급과 함께 기술력과 가격대 성능비 같은 객관적인 기준이 주요 준거틀로 떠오르면서 「공정경쟁」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톨리그룹(The Tolly Group http://www.tolly.com)과 같은 네트워크 장비 시험 전문기관들이 세력을 얻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같은 배경과 때를 같이 한다.

톨리그룹은 지난 89년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공정한 시험과 인증서비스를 목표로 출발했다. 2000년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를 고객으로 네트워크 장비 분야는 물론 첨단 정보통신 서비스 분야까지 테스트 범위를 확장, 사설 시험소로는 신뢰도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통신장비 분야에서의 인지도뿐 아니라 시험 기술력면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톨리그룹은 전세계 정보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대상으로 △독립 시험인증 서비스 △산업 및 기술 전반에 대한 동향분석 서비스 △전략적 자문 서비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마케팅 지원 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톨리그룹이 가장 중요시하는 핵심 분야는 독립 시험인증 서비스. 이는 톨리그룹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독립 시험인증 서비스는 크게 나누어 네트워크 장비의 성능을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성능 평가 인증(UP TO SPEC Certification )」, 네트워크 장비내 특정 기능의 구현 여부 및 정상 작동 여부를 시험하는 「톨리 확인 인증(TOLLY VERIFIED Certification)」, 그리고 특정한 소규모의 그룹을 구성하고 참여회사를 대상으로 종합적 마케팅과 시장분석 등을 제공하는 「톨리 시험 인증(TOLLY TESTED Certification)」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시험소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톨리그룹이 이 분야에서 짧은 시간에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것도 철저한 독립성 유지 및 비밀보장에 힘입은 바 크다. 이를 위해 톨리그룹은 포괄적인 시험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험장비를 사용해 시험의뢰 회사의 요구사항에 따른 시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톨리그룹의 CEO인 케빈 톨리는 『톨리그룹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공정 시험 헌장(Fair Testing Charter)」을 제정, 이에 따라 시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일례로 톨리그룹은 직원들의 IT관련 주식보유를 금하고 있고 같은 분야의 여러 회사 제품을 비교 테스트하는 경우 경쟁업체의 테스트 결과를 다른 업체에 절대 발설하지 않는 첩보기관 수준의 비밀보장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톨리그룹의 고객으로 톨리그룹으로부터 시험서비스를 제공받은 회사는 대략 500여곳. 시스코시스템스·IBM·오라클·인텔·루슨트테크놀로지스·휴렛패커드·스리콤·뉴브리지·케이블트론·텍사스인스트루먼츠·알카텔·파운드리·모토로라·소니 등 내로라하는 IT업계의 공룡들도 톨리그룹의 고객사다. 코카콜라·제너럴모터스·포드자동차·체이스맨해튼은행 등 다국적기업들도 자체 네트워크를 충실히 구성하기 위해 장비 테스트를 의뢰했으며 삼성전자와 쌍용정보통신 같은 국내 통신장비회사도 포함돼 있다.

톨리그룹에서 제공하는 시험서비스의 특징은 시험절차가 일정한 형태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뢰자의 요구사항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선 시험 의뢰자의 요구에 따라 시험환경을 구성하고 시험절차를 결정한다. 톨리그룹은 시험결과를 시험요약서의 형태로 톨리그룹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 모든 사항은 시험 의뢰자가 결정하게 되고 톨리그룹은 객관적인 시험결과를 시험 의뢰자에게 제공한다. 물론 해당 장비의 구매 여부는 완전히 구매자의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된다.

톨리그룹은 현재 1년에 평균 약 60∼70건의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험수수료는 건당 약 5만달러이며 시험서비스 제공에는 평균 4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현재 톨리그룹은 지금까지의 시험소 운영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톨리그룹이 2000년 들어 새로이 시도하고 있는 운영전략은 크게 두가지로 첫째는 시험소 활동의 국제화를 위해 외국 시험소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며 둘째는 시험서비스 분야를 확장하는 것이다.

톨리그룹은 외국의 전략적 제휴대상 1호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내 네트워크장비시험센터(http://netc.etri.re.kr)를 선택했다. 톨리그룹과 네트워크장비시험센터는 지난 5월 22일 「이더넷(Ethernet)과 ATM 분야에서의 톨리-NETC 제휴 시험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올 9월부터 실질적인 시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상호 기술교류 및 시험소 시설확인을 위한 상호 방문을 수행중이다.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 국내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도 네트워크장비시험센터를 이용해 더욱 편리하고 저렴하게 톨리그룹의 시험 및 인증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톨리그룹은 그동안 네트워크 장비 위주의 시험서비스 제공에서 정보통신 서비스에 대한 시험서비스 제공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물론 그동안 정보통신 서비스 분야에 대한 시험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요구사항이 증대되고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시험서비스 제공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톨리그룹이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통신서비스 분야는 전자상거래. 세계 정보통신 시장에서 전자상거래(e커머스)의 규모와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보다 철저한 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신용카드 인증기술 △스마트카드 인증기술 △가상사설망(VPN) △시큐리티 △인터넷 전화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 정보통신 시장은 현재 급변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 없이 기업이 생존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장비 및 서비스 분야에서 시장의 신뢰를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톨리그룹과 같이 폭넓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공정성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시험 전문기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네트워크 장비 및 서비스 개발업체들은 이런 측면에서는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품개발 초기에 투자되는 비용부담에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시험결과를 요구하고 있지 않아 국내의 많은 중소규모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들은 톨리그룹과 같은 시험 전문기관 이용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험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서서히 증대되고 있다.

밀려오는 외국의 거대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들도 시장에 내놓기 전에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험을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뉴저지 마나스콴=오영희기자 yhoh@etnews.co.kr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장웅 ETRI 정보화기술연구본부 선임연구원 jang@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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