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 미래산업 대표(mschung@lycos.co.kr)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 사는 중학생들이 하루평균 인터넷을 쓰는 시간이 4시간인데 비해 지방의 학생들은 고작 30분 남짓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단순히 시간만을 비교하더라도 8배의 격차가 나는 셈이다.
지난해 한 민간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도농간 디지털화 지수격차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서울은 200을 넘어서는 반면 전북의 경우 50을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생각해 볼 대목은 8배가 가지는 의미가 물리적인 「시간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린시절부터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컴퓨터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가까운 곳에서 컴퓨터를 통한 정보습득에 익숙한 아이와의 성취도 차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보는 곧 경쟁력이다. 말할 것도 없이 현대사회에서 정보가 갖는 가치는 그 이전의 어떤 생산물의 부가가치보다 높다.
개인차원에서 본다면 부가가치란 소득으로 표현되는 것이고 앞서의 시간상의 차이는 장차 소득의 격차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 사람이 습득한 정보나 지식에 따라 속하게 되는 집단과 계층이 달라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 수입의 격차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때 물리적인 8배의 시간차는 장차 이들이 사회에 나가 활동할 때 80배, 800배의 차로 그 간극이 엄청나게 벌어질 수 있다. 지역별, 계층별 정보수준 격차로 해석되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컴퓨터와 인터넷 등 이른바 정보화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소득격차가 커져 사회적인 갈등으로 발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어쩌면 디지털 디바이드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사회문제, 나아가 인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균등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평등권의 영역이다. 도시와 농촌의 아이들이 8배의 간극을 두고 함께 출발한다면 이것은 평등권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각국의 기업 총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가 인터넷이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며 50%는 인터넷이 선·후진국간 차이를 확대시킨다고 응답했다. 기업인들은 선진국과 후진국간, 도시와 농촌간의 정보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사람들간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란 예측과 달리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해 나가지 않으면 계층간의 갈등과 소득격차가 더욱 심화되어 사회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결국 범국가적인 의지와 과감한 지원 없이는 이같은 불균형의 심화를 해소하기 어렵다.
우선 각급 학교를 중심으로 한 초고속망 개설과 컴퓨터보급이 시급하다. 가가호호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전국의 모든 각급 학교부터 초고속 통신망이 완벽히 구축돼야 한다. 아울러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컴퓨터의 대량보급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정보를 습득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워 미래사회를 주도해 나갈 학생에게 도농간 차별 없는 균등한 교육기회를 주는 일부터 빨리 시작해야 한다. 도시의 아이들에겐 이미 일상화돼 있는 인터넷이 농촌의 아이들에게 여전히 특기의 영역에 머물고 있어서는 안된다.
둘째, 이를 위해 정부는 각 기업의 지원과 협조를 얻어 학교정보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기여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 통신망은 물론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공급이 원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 정보화에 기여한 기업들에 세제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어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은 문맹퇴치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뿌리내리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각종 국가자격 시험 등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키는 방법도 쓸 수 있다. 마치 한글을 깨우치듯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0∼50년 뒤 사회단체가 마련한 컴퓨터와 인터넷 강좌에 우리의 아이들이 다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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