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DVD 온라인 복제 제동

미국 법원은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불법복제 소송과 관련해 영화업계의 손을 들어주었다. 뉴욕 지역연방법원의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17일 DVD 복제방지용 코드를 해체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온 한 웹사이트에 대해 「연방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유니버설과 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의 8개 영화제작사들이 웹사이트 운영중지 소송을 제기한 상대인 에릭 콜리는 자신의 「2600닷컴(http://www.2600.com)」을 통해 복제방지 코드 해체 프로그램인 DeCSS 코드를 제공해 왔으며 이에 앞서 법원은 예비명령을 통해 DeCSS의 배포를 금지한 바 있다.

DeCSS는 유럽의 10대 해커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컴퓨터 사용자가 DVD에 저장되어 있는 복제방지 프로그램을 무력화시켜 그 내용을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다른 매체에 옮겨 복사할 수 있게 해준다.

캐플런 판사는 컴퓨터 코드가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명시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라는 피고 측 주장에 대해 『정치인 암살이 정치적 의사표명이 아닌 것처럼, 컴퓨터 코드는 단순히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판결은 최근 음반은 물론 게임과 영화까지 대량으로 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속속 개발되어 인터넷이 불법 복제의 천국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법원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피고 콜리 측 변호인은 『판사의 수정헌법 1조에 대한 해석은 그릇된 것』이며 『이 문제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상급 법원에 항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미국영화업협회 측도 피고 측의 수정헌법 논의를 일축하면서 『이것은 도둑질에 관한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음악에 이어 영화계도 앞으로 디지털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