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 비정상 유통 속출

일부 네트워크 제품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용산을 비롯한 유통시장에 유포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 유통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유통교란 사례는 올해 들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그 동안 커다란 성장세를 보여온 국내 네트워크 시장이 정점을 통과, 하강기에 접어든 신호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 사례=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스코시스템즈사의 중소기업 및 학교 전산망 대상 SMB제품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용산 등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의 SMB부문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스코사의 저가 스위치, 라우터 등이 시중 판매가보다 10∼20% 정도 싼 가격으로 유통망에 공급되고 있다』며 『사실상 정상가격으로 판매하기 어려워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코사의 일부 제품이 이처럼 저가로 유통망에 유포되는 이유는 학교전산망용 제품이 본래 목적대로 학교시장에 판매되지 못하고 일부가 유통시장에 흘러 들어왔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은 학교전산망 시장의 중요성, 낮은 예산 등을 감안, 시중 유통가보다 30% 가량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스리콤사의 노트북용 근거리통신망(LAN)카드가 일반 유통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용산 등 일반 유통시장에 대량 유포돼 말썽을 빚기도 했다. 한국쓰리콤의 최호원 이사는 『한 협력업체가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특별 할인가격으로 공급받은 제품이 일반 유통시장에 유포됐다』며 『저가에 유포된 제품을 모두 수거해 본사로 반송했으며 해당 업체에게는 엄중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 원인 = 이처럼 유통질서가 무너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최근 유통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트워크 장비 유통시장은 지난해에는 PC방, 올해에는 사이버 아파트 붐에 따라 활기를 띠었으나 최근 PC방 성장 둔화, 사이버 아파트 업체들의 자금난 등으로 장비구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이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제품 공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네트워크 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이 이러한 사례를 들어 비정상적인 유통의 근절정책을 요구해오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유통은 단기적으로는 매출확대로 이어지겠지만 결국 장비업체·협력업체 모두에게 큰 짐을 지우게 돼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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