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의 양상은 97년 이후 인터넷 쇼핑몰 구축 솔루션을 통해 등장한 구세력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등장한 「신인」으로 양분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97년 인터넷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이를 구현해 주는 머천트 솔루션이 호황을 맞은 데 이어 업계 흐름의 변화에 따라 B2B 위주로 솔루션 시장도 변모했다.
머천트 솔루션으로 시작한 국내 업체들은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이미 확보하고 있는 B2C 솔루션을 기반으로 B2B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막 붐이 일고 있는 B2B 솔루션은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 시장의 또다른 한 축을 형성했다.
초창기 국내 인터넷 시장을 일군 업체라면 단연 이네트와 파이언소프트를 대표주자로 꼽는다. 최근 들어 등장한 신규 B2B 업체로는 비투비인터넷, 이노마켓, K4M, 아이비젠 등이 벌써부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노마켓과 이썸테크, K4M은 마켓플레이스 솔루션이 기존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이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면서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XML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업체들이다. 또 컨설팅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자체 솔루션의 필요성을 느끼고 막바지 개발작업에 열중하는 아이브릿지나 아이비젠도 눈여겨 봐야 할 업체들이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분야의 맏형 이네트의 박규헌 사장(38)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데이콤에 입사, EDI시스템 기획 및 분석에서부터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 관련업무를 추진하며 IT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96년 이네트정보통신을 설립, 머천트 솔루션 「커머스21」을 개발하고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사세를 확장, 최근 사명을 이네트로 변경했다. 박 사장은 넉넉한 외모만큼 여유가 있고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직원간 직급제를 폐지해 자신도 「사장님」이라는 호칭 대신 「크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형식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며 내실 다지기에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성공적인 일본 진출로 다시 한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네트와 함께 국산 머천트 시장을 양분했던 파이언소프트 이상성 사장(38)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겉으로 보이는 부드러운 모습속에 원칙에 대한 고집스러움이 드러난다. 이 사장은 90년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인시스템(현 휴맥스), 지우시스템을 거쳐 「미디어하우스」라는 CD타이틀 개발업체를 창업, 지금의 파이언소프트로 키웠다. 용역업체로서의 한계를 시장에서 절실히 체험하고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중요한 사항만 확인하고 업무를 부서장에게 일임하는 스타일로, 결정적인 순간에는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머천트 솔루션 업체들이 수년간 기업기반을 다져 왔다면 B2B 업체들은 시장에 새로 얼굴을 내밀었거나 연구소 등에 파묻혀 요소기술 개발에 전념하다 「때가 왔음」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뛰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B2B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업체 가운데 하나가 아이비젠이다. 아이비젠은 조선, 물류, 비철금속 등 각 분야 e마켓플레이스 구축 프로젝트에서 오라클, SAP 등 대형업체들과 경쟁하고 각종 B2B 관련 협의체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달중에는 B2B 솔루션을 자체 개발, 이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 분야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아이비젠의 사령탑 신양호 사장(56)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청와대 국방비서관, 국방부 CIO를 거쳐 삼성전자 경영혁신팀장, 삼성톰슨CSF 이사장을 거치며 IT관련 폭넓은 인맥을 형성했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특유의 여유와 식견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이노마켓 한승준 사장(32)은 XML 분야에서는 꽤 많이 알려진 인물.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97년 DIB(디지털인포메이션뱅크)를 설립한 이후 줄곧 XML/EDI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지난 4월 이노마켓을 설립하고 B2B 마켓플레이스 운영업체와 일반 제조 및 유통기업을 대상으로 e비즈니스 전략 수립에서부터 구축 및 운영에 이르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B2B마켓플레이스 솔루션 「제딕스」를 개발, 조달청에 공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한 사장은 특화된 기술과 아이디어로 글로벌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젊은 패기와 도전정신,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며 한발 앞선 전략마련에 골몰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한 사장에 대한 생각이다.
XML 분야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이썸테크 천종엽 사장(47)이다. 천 사장은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주)대우와 대우통신, 대우정보시스템, 동진정보통신을 거쳐 95년 현재 이썸테크의 전신인 동진프런티어 시절부터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썸테크는 XML 기반의 메시지 브로커 시스템, 웹환경 지원 솔루션 등을 개발했으며 B2B e비즈니스 인프라 스트럭처인 메시지 브로커, EDI변환시스템, XML 문서변환 시스템 등을 공급하고 있다. 천 사장은 효율적이고도 자발적인 업무추진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직원들에게 주5일 근무, 근무 3년이 지나면 유급휴가로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직원들이 맘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K4M 주종철 사장(44)은 한양대 전기공학과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시스템공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85년부터 시스템공학연구소(SERI) 정보검색연구실장을 역임했다. 98년부터는 ETRI 컴퓨터·소프트웨어연구소 문서정보연구팀을 이끌다 지난 99년 2월 창업했다. K4M은 현재 이네트와의 제휴를 통해 B2B 마켓플레이스 구축 시스템에 필요한 XML 기반 B2B서버 엔진을 개발, 공급중이며 내년까지 XML 기반 KMS 및 B2B 엔진 제공업체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진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설립 당시 XML 연구인력 10여명으로 출발했던 K4M은 주 사장의 기술개발에 대한 자신감과 공동체의식을 기반으로 성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사장들이 그러하듯 주 사장 역시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XML을 기반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앞으로 무선인터넷 분야로까지 확대하고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SERI나 ETRI 연구소 시절부터 얻은 「조스」라는 별명답게 끈질기고 흐트러짐 없이 매사에 일을 처리한다는 게 직원들의 평가다.
지난 1월 탄생한 비투비인터넷의 이한주 사장(44)은 충남대 경영학과와 서강대 경제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무역협회와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에서 무역자동화와 EDI 업무를 담당했다. 이 사장은 회사설립 3개월 만에 삼성전자에 XML/EDI 기반의 인터넷 운임정산 시스템을 공급하고 수천종의 무역서류 양식을 표준화한 전자문서DB와 B2B 쇼핑몰 등을 구축하면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냈다. 비투비인터넷은 캐나다 XML글로벌, 코리오닷컴 등 해외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미국시장 진출 및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e마켓플레이스 구축솔루션인 「B2B마켓서버」를 캐나다 XML글로벌사와 공동개발중이다. 이 사장은 평소 섬세하고 말이 없는 편이나 경영면에서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신규 B2B업체 가운데 눈여겨 봐야 할 또 하나의 업체는 아이브릿지. 엄상문 사장(32)은 서울대 임산공학과 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경영학과 및 대학원을 마치고 99년 1월 애드투어를 설립하고 사업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해 12월 아이브릿지로 사명을 변경한 후 B2B 마켓플레이스 구축 프로젝트로 날개를 달았다. 현재 모 증권사 금융솔루션 및 e비즈니스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중국 진출도 추진중이다. 하반기부터는 CRM이나 UMS 등 개별 컴포넌트 기술 보유업체들과 제휴해 토털 솔루션 제공을 위한 ASP사업도 준비중이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오자마자 사업가의 대열에 들어선 엄 사장은 젊은 나이답게 공격적이면서도 신속한 판단이 장기라는 평이다. 비즈니스위크나 포천,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 잡지들을 챙겨 세계 시장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인다고 주변 사람들이 전한다.
최근 지누스에 합병이 결정된 인더스트레이더 이면희 사장(46)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입학후 가족 이민을 통해 미국에 건너가 미시간주립대, 휴스턴주립대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83년 한국경제연구원을 시작으로 93년 한터투자경영연구소를 설립, 해태건설 등의 경영자문을 담당한 경영 컨설턴트 출신이다. 이후 경매 전문업체 옥션을 공동 창업하면서 인터넷 업계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분야만으로 기업을 시작한 신세대 벤처 사장과는 달리 오프라인에서의 경험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이 이 사장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굴뚝기업을 인터넷 기업화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 주된 경영방침의 하나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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