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갖춘 반도체·부품업체들은 증시의 벤처거품론을 아랑곳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있어 벤처자금은 연구개발이나 제품생산을 위한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다. 이들 기업은 당장의 코스닥시장에서 「황제주」로 대접받기보다는 2000년대 최고의 전문회사로 불리길 바란다.
그래서 이들의 꿈과 도전은 아름답다. 미래를 설계하는 반도체·부품업체들을 매주 화요일마다 이 코너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편집자
서울 역삼동 속칭 「뱅뱅사거리」의 모퉁이에 서 있는 한국중공업빌딩. 이 빌딩의 11층에는 문패도 찾기 힘드나 의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모인 벤처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슬림텍(대표 민위식)이라는 주문형반도체(ASIC) 회사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97년 초 동부전자가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추진할 때 현대전자 비메모리부문에서 스카우트됐던 엔지니어 18명이다. 민위식 사장도 현대전자 비메모리부문 본부장 출신이다.
이들은 동부전자의 반도체사업 추진이 벽에 부딪히자 지난해 말 떨어져나와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지분 구성은 미국의 반도체 라이브러리 전문업체인 아스펙 40%를 비롯해 창투사 20%, 동부전자 20% 등이다.
동부전자가 다시 반도체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가 동부의 자회사쯤 되지 않나 했더니 이 회사 김태근 상무는 『주주이기는 하나 동부전자로 재합류할 의사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슬림텍의 이름으로 동부전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인다.
슬림텍이 선택한 분야는 ASIC의 설계 및 특정용도범용제품(ASSP).
ASIC 설계는 기본적으로 세트업체의 주문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며 ASSP는 국내 중소·벤처기업과 판로확보, 공동개발 등의 형식으로 개발을 진행중이다.
슬림텍의 강점은 아날로그 지적재산(IP)이다. 아날로그 IP로는 PLL(Phase Loop Lock) 5가지, 아날로그디지털컨버터(ADC) 5가지, 입출력(I/O) 인터페이스 4가지 등 총 20개에 이른다. 여기에 다음달까지 7개 정도를 추가할 계획이다.
주력분야는 통신과 멀티미디어로 최근 디지털 이미지센서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용 칩으로 슬림텍은 자사의 아날로그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업체와의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디지털이미지센서는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데 슬림텍은 이미지시그널프로세싱, 압축 알고리듬 등을 개발해 국내 한 디지털카메라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물량은 월 50만개 수준.
슬림텍은 또 미국의 D사와 협력해 전력증폭기(PA) 모듈 개발을 완료하고 올 가을께 공급할 계획이다.
김태근 상무는 『지난해 싱가포르 차터드(Chartered)의 디자인센터로 지정될 정도로 ASIC 기술을 인정받았다』면서 『올해 매출 50억원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흔치 않은 기술을 가진데다 열정까지 덧붙여 슬림텍은 아날로그 IP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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