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꿩잡는게 매

굴뚝산업이라고도 불리는 전통적 제조업체의 경영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최신 정보기술 때문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웹, ERP, 3티어 아키텍처 등과 같은 각종 신기술로 도배된 각종 언론·매체를 접하다 보면 누구든 이같은 신기술을 당장 도입하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최신 정보기술을 가능한 한 빨리 도입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질문에 대한 해답은 기자가 취재한 중소부품업체인 S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기존 메인프레임 환경을 버리고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으로 시스템을 전환한 S사는 당초 ERP 도입을 검토했으나 파워빌더를 이용해 직접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S사가 ERP를 포기하고 직접 개발에 들어갔던 것은 ERP 도입에 따른 막대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ERP를 도입할 경우 대부분의 업무 프로세서를 ERP에 맞게 대대적으로 바꾸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전산실의 김모 과장은 『ERP에 맞춰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일시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점진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편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사 정보화의 주사업자였던 동양시스템즈의 한희동 차장도 『대형 세트업체를 상대로 하는 부품업체들의 경우는 각 세트업체들의 고유 업무 환경에 맞추어 자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수시로 변경해야 한다』며 『표준화된 ERP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S사는 3티어 아키텍처와 웹 대신 한 세대 이전의 기술인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2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외형 규모가 큰 기업에 속하지만 제조업 특성상 정보시스템 사용자수가 300여명에 불과해 트랜잭션 건수가 적기 때문에 굳이 3티어 아키텍처가 아니어도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같이 한 세대 이전의 기술로 정보시스템을 구현했음에도 한달 후에나 끝나던 월말결산 마감일을 보름 정도 앞당겼다. 또 실시간으로 물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돼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되고 영업력이 배가됐음은 물론이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처럼 정보기술 역시 얼마나 최신의 기술을 도입하느냐보다 얼마나 적합한 기술을 도입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인 것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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