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열풍이 온나라를 뒤덮었던 올초까지만해도 단연 돋보였던 것은 바로 인터넷기업, 이른바 「닷컴(.com)」의 열풍이다. 새롬기술·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대표적인 닷컴기업이 코스닥에서 돌풍을 불러와 시가총액이 거래소시장의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많아지면서 「닷컴 신드롬」 현상까지 나타났다.
「닷컴=벤처」라는 등식 아래서 닷컴이라는 꼬리표를 단 벤처기업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닷컴열풍은 일반기업들에도 영향을 끼쳐 닷컴이라는 용어를 포함하는 상호변경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벤처기업과는 무관한 일반 자영업체들까지 닷컴을 무작위로 끌어다 쓰기까지 했다.
투자가들은 닷컴이라는 이유 하나로 「묻지마 투자」를 서슴치 않았다. 사이트를 오픈하기도 전에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닷컴기업에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또 신생 닷컴업체들은 인터넷공모로 단 몇초에 수십억원을 유치하는 기현상이 속출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공모금액을 10억원 미만으로 제한하는 극약처방까지 도입했을 정도다.
그야말로 닷컴기업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이같은 닷컴의 인기는 벤처열풍의 선봉장으로서 벤처산업 도약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닷컴의 위세는 벤처열풍이 온나라를 휩쓰는 데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쉬 더워지는 방이 쉬 식는다」고 닷컴열풍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닷컴신화의 붕괴는 벤처위기를 자초했다. 올초 미국에서 불어닥친 닷컴기업의 수익모델 논쟁으로 인한 주가폭락이 국내 닷컴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AOL·아마존 등 세계적인 닷컴기업들도 실적이 부진한데 국내기업이라고 별 수가 있겠느냐는 것.
올 4월들어 투자자들은 빠르게 닷컴기업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닷컴의 인기는 급격히 시들었다. 특히 포털이나 기업대소비자간(B2C)전자상거래 기업은 치명적이었다. 닷컴업계의 위기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닷컴 투자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습니다. 수익모델을 만들 수 없다는 가정이 섰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산업의 경향(트렌드)을 지켜볼 작정입니다』 산업은행 벤처투자팀 한 심사역의 말이다.
닷컴기업들의 몰락은 벤처산업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다. 닷컴거품에서 시작된 벤처거품은 더욱 확산됐으며 모든 벤처기업의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코스닥 벤처지수가 폭락을 거듭했으며 비 닷컴기업들까지 자금조달에 치명타를 맞았다.
그러나 인터넷이 벤처산업의 대세임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문제는 수익모델을 어떻게 찾느냐는 점. 이와 관련, KVC넷의 정승채 사장은 『인터넷은 앞으로 산업 인프라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현재의 수익모델이 비현실적인 경우 오프라인과의 연계, 제휴, 아웃소싱 등 다양한 형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이부성 벤처투자팀장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벤처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닷컴기업』이라며 『눈앞의 매출 몇푼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닷컴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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