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열 도메인 선점 경쟁

『아직 새로 확정된 도메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닷컴(.com)과 같은 최상위 도메인을 늘린다는 원칙만 합의됐으며 세부적인 안은 현재 수립중입니다. 도메인 수는 2∼5개 정도로 오는 연말까지 모든 작업을 끝낸다는 윤곽만 나와 있습니다. 아직 어떤 도메인이 확정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도메인 관리와 정책을 총괄하는 ICANN 마이클 로버츠 의장이 최근 일본 요코하마 국제회의에서 누차 강조한 내용이다. 이는 당연히 최근 무분별하게 흘러 나오고 있는 최상위 도메인과 관련한 뜬소문을 경계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ICANN이 최상위 도메인을 늘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네티즌들은 「2차 도메인 전쟁」이 시작됐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닷숍(.shop), 닷웹(.web), 닷펌(.firm) 등 구체적인 신규 도메인까지 거론될 정도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새로운 도메인과 관련해 사전 등록 신청을 받을 정도로 최상위 도메인 확장은 단연 네티즌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국내에서도 일부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가 도메인 신청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흘러가는 분위기만 본다면 조만간 최상위 도메인이 만들어질 태세였다.

하지만 이번 요코하마 ICANN 국제회의에서도 도메인 확장 안건은 「총론」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매듭됐다. 이같은 정황을 미뤄볼 때 최상위 도메인은 빨라야 올해 말 정도에 선보일 예정이다.

결국 지금까지 네티즌들은 앞뒤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과열된 분위기에서 김칫국만 마셨던 셈이다. 아마도 과열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도메인 사업이 다분히 「봉이 김선달 장사」라는 의식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도메인이 손쉽게 잘만하면 한몫 잡을 수 있는 투기성 사업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또 도메인 사냥꾼들의 바람몰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였다.

『도메인은 모든 인터넷 비즈니스의 시작입니다. 도메인 확장과 관련해 ICANN이 우려하는 점은 사이버 스쿼팅처럼 아직도 이를 투기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기업이나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부족한 도메인 수를 크게 늘려 인터넷 발전에 기여하고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는 기폭제를 마련하기 위해 도메인을 늘리는 안건을 상정한 것입니다.』

자칫 투기성으로 흐르기 쉬운 도메인 선점 경쟁을 경계한 마이클 로버츠 회장의 평범하지만 중요한 한마디다.

<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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