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P3산업>2회-빗나간 경영의식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외부적인 환경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이같은 대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현재까지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절반 이상을 국산제품이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MP3플레이어를 구하기 위해 국내로 밀려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의 의식이다. 아직도 일단 MP3플레이어를 개발하기만 하면 외부자금을 끌어들여 생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업체들이 많다. 또 제품을 개발해 놓기만 하면 외국 업체들로부터 선수금을 받는 조건으로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MP3플레이어 생산에 나서려는 업체도 적지 않다.

특히 이 가운데는 적당히 사업을 하는 척하면서 외부자금을 끌어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코스닥에 등록하거나 외국 업체에 매각해 한몫 챙겨보겠다는 생각으로 MP3플레이어 사업을 시작한 곳도 없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종주국이라는 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이같은 발상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최근 세계적인 대형 업체들이 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생각으로 MP3플레이어 사업에 나선 업체들은 더이상 발붙이기가 힘들어졌다.

또 코스닥 열풍이 급격하게 가라앉으면서 이제는 투자자들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자금을 유치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더구나 MP3플레이어는 처음 개발하기는 쉬워도 이를 상품화하는 데는 상당히 긴 시간과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 1∼2년간 이같은 사실을 너무나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MP3플레이어는 이르면 15일 안에 개발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그만큼 MP3플레이어는 웬만한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현재 MP3플레이어를 상품화해 수출에 나서고 있는 선발업체들도 대부분 이를 상품화하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을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그러고서도 디자인 측면에서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자조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이제 겨우 안정을 찾은 선발업체들도 까다로운 바이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들어 「MP3플레이어는 더이상 중소 벤처기업 아이템이 아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MP3플레이어는 기술력도 있어야 하지만 이를 신속하게 상품화해 대량으로 생산하고 또 이를 세계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마케팅력을 갖추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지난 2년간 국내 업체들은 너도나도 MP3플레이어 시장에 가세, 상품화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수출가격만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결국 현재 국내 업체들이 맞고 있는 위기는 MP3플레이어 사업을 쉽게 생각하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너무 많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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