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프트웨어·게임·음반 등 불법 복제물 단속에 해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불법복제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WTO회원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마다 국내에서 불법복제되는 저작물들은 얼마나 될까.
새 저작권법에 따라 지난 1일 설립된 「복제전송권관리센터」가 밝힌 국내 문헌저작물 및 출판물의 무단복제 규모는 연간 15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센터는 시중 복사점이나 전자도서관으로부터 일정 사용료를 징수한 뒤 저작물의 복제허락을 내줄 계획이며 대신 불법사용자들에 대해서는 형사고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국내 음반시장은 불법복제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손꼽히고 있다. 수많은 마니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규모가 연간 5000억원에도 못미치는 이유는 히트곡이 나오기만 하면 불과 며칠사이에 히트곡들만 따로 모아 만든 무단복제 카세트테이프와 CD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정품이 팔릴 여지를 남겨놓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시장규모의 절반이 아예 불법복제물이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결국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불법복제물로 국내 문화산업의 뿌리는 점점 고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불법복제가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갈수록 고도화되고 법망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은 아시아지역, 특히 한국을 불법MP3파일의 온상으로 보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이 단속에서 IFPI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는 100여개의 사이트를 경고조치하고 일부는 폐쇄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억개가 넘는 웹사이트를 일일이 검색하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옮겨다니는 불법사이트들을 적발하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IFPI측의 설명이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MP3파일 교환프로그램 「소리바다」는 하루에도 수천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짜 음악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운영자측은 자체 서버에 MP3파일의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는 등 저작권 소송을 피해가려는 치밀함까지 보이고 있어 법적 제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저작권법은 언제까지 「종이 호랑이」 노릇만 할 것인가.
최근들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를 중심으로 온라인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저작물을 디지털화해 온라인상에서 불법유통하는 행위를 근절하는 조항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에서는 지난해 이미 저작자에게 「전송권」을 부여하고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책임을 강화한 「디지털 천년 저작권법」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또 일본도 현재 문부성을 통해 「온라인저작권 보호규정」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인터넷업체들이 자사 인터넷망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이를 묵과할 때는 인터넷업체들이 처벌을 받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도 같은 맥락에서 개정 저작권법에 저작자에게 「전송권」을 부여했고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벌칙을 최고 징역 5년에 벌금 5000만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짜 디지털음악을 즐기는 인구는 지난 6월말 기준 미국에만 1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무료 MP3교환소프트웨어인 「냅스터」는 지금도 매일 15만카피 이상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다운로딩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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