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에 쌓인 현대식 건물, 널찍한 잔디밭, 사람의 왕래가 많지않은 거리, 마치 실리콘밸리를 연상시키는 대덕밸리는 교통지옥, 높은 임대료, 좁은 사무실에서 고통받은 테헤란밸리의 벤처기업에는 벤처기업의 이상향으로 보이게 된다.
대덕밸리는 한국과학기술원을 비롯해 충남대, 한남대 등 많은 대학과 전자통신연구소, 생명공학연구소, 기계연구소 등 국내의 대표적인 R&D센터가 모여있고 이들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경쟁적으로 벤처 인큐베이팅 시설을 제공, 벤처기업가에게는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대덕밸리는 좋은 환경만큼 잠재력이 큰 벤처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테헤란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주로 서비스 사업에 종사하고 수도권의 벤처기업들이 제품의 설계기술에 바탕을 둔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반면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은 R&D에 기초를 둔 신제품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은 요소기술과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D시스템은 2년여에 걸친 해외시장공략 끝에 매출액의 60% 이상을 수출하고 있으며 I기술은 26개국에 수처리기술을 특허신청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벤처기업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 대덕밸리의 가장 큰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경쟁력은 국내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이 밀집되어 관련 기술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벤처기업이 자신의 분야에서 심도있는 연구개발을 할 수 있고 이들 연구기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같이 이상적인 자연환경과 연구기반을 갖춘 대덕밸리가 실리콘밸리와 같이 국내 벤처기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제조기반이 확충되어야 한다. 대덕밸리나 주위에 생산설비를 갖춘 제조업체가 없고 금형, PCB, SMT 등 벤처기업의 제품생산에 기본이 되는 생산기반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연구개발이 끝난 벤처기업들은 제품의 생산을 위해서 타 지역으로 진출하지 않을 수 없다. 양산단계가 된 기업들은 대부분 수도권으로 이전해 대덕밸리에는 초기단계의 연구개발기업만 남게 된다. 대덕밸리에서 아직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둘째, 벤처기업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의 급속한 기술혁신은 한 기업이 관련된 모든 기술을 개발해 신제품을 생산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 대부분의 기술을 아웃소싱하고 반드시 사내에서 개발하여야 할 기술만 자체 개발한다. 대덕밸리의 경우 벤처기업들간 정보와 기술교환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박사급 연구원에 의해 창업되어 기업마다 각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이러한 자부심이 벤처기업간의 협력에 장애가 된다고 한다.
셋째, 일부이기는 하지만 대덕밸리의 벤처기업 중에는 제품개발, 마케팅보다는 높은 배수에 의한 자금조달을 통해 재테크에 치중하는 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개발된 기술이나 기업의 가치평가보다는 핵심 멤버들이 연구소나 대학에서 한 역할에 의해 상대적으로 자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여 타 기업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을 취해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유치를 어렵게 한다.
넷째,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은 연구개발단계를 조속히 탈피, 미케팅 능력을 갖추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연구개발인력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이들 벤처기업은 지나치게 자가기술에 도취되어 시장의 요구를 경시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사례를 가끔 보게 된다. 그 결과 시장진입이 수차에 걸쳐 지연되거나 진입자체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상적인 환경과 국내의 가장 우수한 연구인력을 갖고 있는 대덕밸리가 진정한 벤처기업의 요람이 되기 위해서는 제조기반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벤처기업 핵심구성원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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