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1회>안팎에서 본 밸리-서울대 신기술창업네트워크센터장 이준식 교수

대덕연구단지를 대덕밸리로 개칭하고 국내 벤처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덕단지가 실리콘밸리처럼 벤처산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가 벤처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프라가 훌륭한 네트워크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적절한 규모의 인력 풀이 형성되어 있어 유연성 있는 인력조달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스탠퍼드·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 등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창출해 내는 고급기술인력을 배출해 낼 수 있는 우수한 교육 연구기관이 있고 기술평가와 사업성 판단을 적시에 내릴 수 있는 전문가집단의 벤처캐피털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대덕단지에도 70여개의 정부, 민간 출연 연구기관이 있어 우수한 연구 인력 풀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과학기술원·충남대 등 10여개 충남권 대학이 있기 때문에 벤처캐피털 기능이 아직은 미흡하나 최근 이에 대한 공급이 활성화되고 있어 벤처단지를 구성하기에는 국내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99년말 현재 법적인 벤처기업 수는 5000여개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중 4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대전·충남 지역에 소재한 벤처기업 수는 8%에 불과하다.

이러한 편중현상은 벤처캐피털이 서울지역에 편중되어 있고 마케팅, 홍보 등의 기업활동이 지방에서는 용이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지역적 여건 때문에 벤처산업을 키울 수 있는 여타 조건이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지역경제의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투자조합을 결성하거나 벤처캐피털을 적극 유치하고 마케팅과 홍보를 전담할 기구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덕단지를 벤처밸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연구소 연구원들이 안정적으로 대덕지역에서 창업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학의 실험실 창업과 같이 연구소에서도 연구원직을 유지하면서 연구소내에서 창업하여 겸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재 법적으로는 겸직 또는 휴직이 허용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연구소에서 겸직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이 산업화로 이어져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국가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시각보다는 개인의 부를 위한 행위로 인해 연구소의 고유업무를 해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소의 연구원이 창업을 하더라도 기술개발 업무에 치중하게 하고 그 외 영업에 관한 모든 사항, 즉 사업계획의 수립, 인적구성, 수익모델의 발굴, 투자유치계획, 마케팅, 홍보전략 등은 외부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지분참여를 통해 전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창업에 있어 신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단지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으며 영업적 활동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판가름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대덕단지내 신뢰할 수 있는 공공적 성격을 가진 전문가 풀을 유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전한 창업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의 창업활동에 대한 적절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외국의 예에서처럼 창업활동에 할애하는 시간만큼 급여를 줄이거나 창업활동으로 인한 수익의 일부를 연구소에 기여하도록 하는 등 규정을 마련, 연구원들이 보다 떳떳하게 창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건전한 창업문화를 정착해 가야 한다.

창업 문화의 꽃은 기부 문화다.

연구원들이 창업에 성공하여 축적한 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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