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1회>밸리사람들-송규섭 에이펙 사장

송규섭 에이펙 사장

「8월 벤처 대란.」 「벤처 옥석 가리기.」

요사이 종종 듣는 말들이다. 물론 벤처기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별로 기분 좋은 말은 아니다. 현 세태의 책임으로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열광적인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위에 혼자 남아 있는 기분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최근 벤처산업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대덕밸리다.

이런 변화는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중앙 언론의 대덕권 고정 뉴스란 신설을 비롯해 벤처창업 투자기관의 잦은 대전 방문, 벤처 인큐베이팅 집적시설 설립추진 등이 그 것이다.

어렵게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 대덕밸리 발전의 촉진제가 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태동기의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하겠다.

대덕밸리를 거론하며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벤처 생태계의 부족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시장논리로 보아야 하며 부족하면 우리가 앞장서서 만들어가야 한다.

지난 5월말 창립된 「21세기 벤처플라자」는 기업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낸 중부권 최대의 벤처포럼이었다.

여기에는 벤처기업·대기업·정부·투자회사·금융기관·회계사·변리사·대학교·연구소·언론사 등 많은 벤처 생태계 구성기관들이 참석해 벤처밸리의 발전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이제는 그날의 건배에 취하지 말고 벤처플라자의 구성내용을 알차게 진행해 참석자가 무엇인가 얻도록 할 뿐만 아니라 벤처 생태계와의 만남의 장이 되도록 하고 이들이 대덕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확실한 유인책은 참석자간 상호 향유할 수 있는 적절한 수익모델의 공유일 것이다.

지리적으로 대덕밸리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각 분야별 국가 출연연구소, 우수한 대학교, 3군 본부 등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극히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창업한 벤처기업이 각 분야별 연구소·대학·군이 보유한 전문기술을 가까이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개발기간 단축과 제품 성능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 조직을 네트워킹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지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기업이 지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기업영위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연구단지 설립초기보다 더 큰 지역민과의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빌리지 않더라도 기업은 지역의 어려움에 먼저 앞장서야 한다. 또한 전략적인 행사가 아닌 전체집단이 동화될 수 있는 문화행사 등을 개최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7일 문을 연 「벤처카페 아고라」가 이종 집단간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벤처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대전과 충청권 벤처기업 모임인 「21세기 벤처패밀리」가 곧 결성된다고 한다.

이는 지역적으로 대전과 충남북이라는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소속기관도 연구소 TBI, 대학 TBI, 공단, 협동화 단지, 지방 자치단체 TBI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따라서 어느 특정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거나 집단 이기주의에 편승하지 말고 진정한 중부권의 벤처기업 대표성을 가져야 하며 건전한 벤처문화가 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중추적 노력을 해야 한다.

회원 구성상 소재산업·정보통신산업·바이오산업·환경산업 등 전 산업 분야에 분포하고 있어 횡적인 아웃소싱이 매우 유리한 조직이므로 상호협력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 최고의 자산은 인력이라고 한다.

「벤처기업 인력 대기업으로 U턴」」 「벤처기업 노조설립」이라는 기사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사실 사업초기에는 제품개발에 전력 투구하기 때문에 직원에 대한 배려가 소홀해지기 쉽고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결국 직원과의 깊은 골이 패일 것이다.

직원들이 초기에 갖고 있던 「파이를 키운 후에 보자」는 시각에도 서서히 회의가 들 것이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말한 「직원에 대한 보상은 칭찬보다는 현금으로 하라」는 말이 퍽 인상적이다.

자기 욕심을 조금 버리고 직원에게 과감한 주식 참여 기회와 스톡옵션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직원에 대한 교육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직장문화 동화와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여기서 벤처기업은 대기업과 같은 인력개발 조직을 둘 수 없으므로 상황이 유사한 기업끼리 전문회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기술력일 것이다. 나름대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기술을 벤치마킹해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고 이를 상품화해나간다.

따라서 창업과 동시에 대부분이 기업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외 특허도 적게는 몇건에서 많게는 수십건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상품개발은 시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화려한 기술 과시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본 소니사의 워크맨 시리즈가 한단계씩 기능을 추가하고 시장의 요구에 접목해 장기간에 걸쳐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은 좋은 예다. 또한 아무리 독보적인 기술이라 하더라도 1∼2년 안에 공개될 것이고 더 나은 새로운 기술에 위협받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기업이 생존하는 방법은 기술이 공개돼 경쟁력을 잃기 이전에 다음 단계 기술을 개발해 대비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 로드맵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이 계획에 따라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선행되면 이제는 세계화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일수록 내수에만 주력한다면 기업 영위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기가 힘들 것이다.

대덕밸리 내 일부기업에서 지향하고 있는 개발 제품을 해외에 수출, 매출을 발생시키고 국내로 진입한다는 전략은 보수적인 국내기업에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입증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고무적이다.

B2B나 B2C가 아직 완전히 활성화하기 전 단계인 지금, 해외진출을 위한 현지사무소나 지사를 직접 운영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클 것이다. 해외에 지사를 두고 있는 국내 무역상사나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대덕이 이미 국제전문학회 등에서 연구단지로서 인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제적 행사를 유치할 만한 컨벤션센터가 없다는 사실이다.

영종도 국제공항과 대덕연구단지를 항공으로 연결하는 한편 대덕밸리에 컨벤션센터를 설치, 지금의 대덕이 「대덕 사이언스타운」에서 진정한 「대덕 사이언스컴플렉스」로 거듭나도록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은 노력을 배가하고 벤처에 의한 지방경제 활성화의 모범답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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