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코리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마케팅 실시

(주)마이크로소프트(대표 고현진)의 「썬번」 전략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썬번이란 공식적으로 부르는 명칭은 아니지만 MS가 유닉스서버의 강자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용어다. 「태양을 불태워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썬번은 MS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유닉스(솔라리스) 서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MS의 전략=MS의 썬번전략의 핵심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운용체계(OS)인 「윈도2000」을 무기로 그동안 썬이 주도해온 유닉스서버 시장을 한바탕 흔들어놓겠다는 것이다. 아직 썬번전략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MS측은 이달말까지 썬번전략을 완성, 「썬 사냥」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MS는 최근 인텔·컴팩코리아와 공동으로 윈도2000 기반 서버 공급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 10일 고현진 MS 사장, 강성욱 컴팩코리아 사장, 은진혁 인텔코리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번 제휴로 3사는 윈도2000 서버를 구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서버 교체 비용 지원·CPU 추가 지원·OS 무료교육 등 공동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번 MS·인텔·컴팩의 전략적 제휴를 「윈·텔·팩」이라는 약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드디어 윈·텔·팩 진영과 썬의 서버 및 OS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MS가 썬번전략을 실천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내놓는 OS가 바로 「윈도2000 데이터센터 서버」다. 이 제품은 10월 초순경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MS는 그동안 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데이터센터나 하이엔드 서버, OS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컴팩코리아의 전략=인텔코리아와 (주)마이크로소프트란 강력한 후원자를 등에 업은 컴팩코리아(대표 강성욱)는 썬번 작전의 선봉장으로 고성능 PC서버인 「프로라이언트 8000」과 「프로라이언트 8500」을 내세웠다.

인텔 펜티엄Ⅲ 마이크로프로세서 8개를 장착한 이 엔터프라이즈급 윈도NT서버는 고가용성을 요구하는 기업 및 대규모 닷컴기업들의 e비즈니스용 전산인프라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라는 게 컴팩코리아의 설명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 시장에서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거의 철옹성에 가까운 아성을 구축해 놓았다.

컴팩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의 주 공략대상 기종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유닉스서버 「E3500」 「E4500」는 「프로라이언트 8000」에 비해 가격대비 성능에서 5배 정도 차이가 나 승산이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통신·두루넷·신흥증권·동원증권 등 이미 공급했거나 공급할 예정인 고객들의 반응에 비추어볼 때 이번 썬번작전은 혁혁한 전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컴팩코리아의 설명이다. 물론 컴팩코리아는 이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이미 대규모 실탄을 마련, 오는 19일부터 대대적인 캠페인 광고를 펼치는 것을 시발로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냥」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반응=컴팩코리아와 MS의 이러한 전략에 대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이상헌)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소적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컴팩 서버가 초기 구입 측면에서는 「E3500」에 비해 저렴할 수 있으나 유지보수·운용비 등 총소요비용(TCO)측면에서는 오히려 썬 서버가 유리하다』며 『특히 솔라리스 기반의 썬 서버는 이미 인터넷닷컴 분야 시장에 성능의 우수성을 검증받아, 컴팩의 공세는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 단언했다.

이미 지난 5월부터 미국에서 야심차게 추진된 컴팩·인텔·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마케팅 전략은 시장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국썬마이크로측은 설명했다.

여하튼 인터넷닷컴 기업용 전산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대공세에 나선 컴팩코리아와 수성의 위치에 선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가 업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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