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재발견>2회-국내 현황

국내 아날로그 기술 개발환경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인력도 터무니없이 적은데다 관련기업의 투자나 정책당국의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전문가들이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현실이 신기할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아날로그 기술계를 이끄는 사람들은 10여명이다.

학계에서는 원로격인 김원창(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박송배(연세대)·송민규(동국대)·유회준(KAIST)·이승훈(서강대)·최중호(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권위자다. 업계에서는 이찬휘 현대전자 이사, 신영호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등과 벤처기업인 아날로그칩스의 송원철 사장, TLI의 김달수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국내 아날로그 기술의 개척자로 나섰으며 후학들도 양성해 아날로그 기술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워낙 취약한 기반 속에서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의 아날로그 전문인력은 500명의 LSI개발팀 가운데 고작 60명이다.

현대전자도 사정은 비슷해 아날로그IP팀 30명 가운데 10명의 아날로그 전담인력을 두고 있다.

다른 전자업체들은 이보다 훨씬 적은 인력을 보유했거나 아예 없다시피하다.

대기업의 아날로그 전문인력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아날로그를 전공하지 않고 입사해 일을 익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험이 밑천인 아날로그 기술의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삼성·현대가 개발하는 아날로그 기술은 액정표시장치(LCD)용 드라이버IC, 디지털TV용 고주파 부품 등 실제 사업에 필요한 응용기술들이다.

대기업외에도 아날로그 기술인력이 포진한 곳은 벤처기업이다. 아날로그칩스·TLI·슬림텍·FCR·텔트론 등 5개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의 아날로그 전문인력을 다 합쳐도 30명이 채 안된다.

신영호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은 『투자회수기간이 길어 대기업도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인 아날로그 분야의 연구개발을 소규모 벤처업체가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말한다.

송민규 동국대 교수도 『아날로그 벤처기업들의 가능성을 높이 사지만 사실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아날로그회로연구실장 출신으로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이름을 갖고 있는 아날로그칩스의 송원철 사장도 이같은 우려에 동의한다.

송 사장은 『국내 전문교육이 부재해 기술기반이 전무하다』며 『척박한 국내 아날로그시장을 개척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칩스는 통신용 기저대역(BBA) 칩과 전력 관련 IC를 주로 연구한다. TLI는 PLL(Phase Loop Lock), 오디오용 AD/DA 컨버터 등을 주력으로 하며 16명의 엔지니어 가운데 6명이 아날로그 분야를 전담한다. 이밖에 최근 설립된 FCR·텔트론 등은 아날로그 고주파(RF) 개발 전문업체다.

이들 회사는 설립된 지 1∼2년 된 초보기업들로 시작은 미약하지만 조만간 결실을 거둘 것이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이밖에 아날로그 전문가가 있는 곳은 대학이다. 하지만 대부분 교수들이고 이를 전문적으로 전공한 학생들이 드물어 「비법」 전수가 끊어질 위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아날로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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