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업자, 경쟁자와 동반자 「묘한 관계」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이동통신업계의 기업결합, 지분인수 등이 이어지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묘한 관계가 일어나고 있다.

5자 구도였던 통신시장은 SK텔레콤이 CDMA 이동전화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을, 한국통신이 한솔엠닷컴을 인수하면서 3각 구도로 정립됐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이미 알려진대로 제2이동전화 사업권을 두고 일전을 벌인 앙숙관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서로 상호비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한국이동통신 지분을 인수하며 제1이동전화사업자로, 신세기통신은 제2이동전화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경쟁은 계속됐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별 볼일 없는 사업자」로 신세기통신은 SK텔레콤을 「비싼 가입비를 받고도 시설투자를 하지 않는 사업자」로 폄하했다. 마케팅 부문에서도 대리점 지원정책을 두고 일전을 벌였다.

이들 CDMA 사업자의 전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쟁사를 낮추고 자사를 홍보하는 상호비방광고를 통해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신세기통신 주요 보직이 SK텔레콤 출신들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IMT2000 시스템 개발, 사업전략 수립 등에서 양사가 협력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이런 양상은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엠닷컴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수가 결정난 두 회사는 PCS 사업자로 치열한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였다. 한솔엠닷컴은 IMF 이전 한동안 후발사업자 중에서 가입자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이후 PCS 사업권 선정 잡음, IMF 발발 등으로 행보가 주춤하면서 한통프리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유능한 대리점을 확보하기 위해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피나는 싸움을 벌였다. 모바일 비즈니스가 대두되면서부터는 무선인터넷 콘텐츠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제휴전을 펼쳤다.

이들 관계도 한국통신이 한솔엠닷컴을 전격적으로 인수하면서 동반자 관계로 변했다. 한국통신 산하의 자회사, 즉 형제관계로 변했다.

형제관계는 경쟁과 동반자의 역할이 교차되는 매우 모호한 관계다. 이들 회사는 현재 기획조정, 기술부문에서는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마케팅 부문에서는 경쟁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모기업 차원에서는 협력하고 대리점에서는 가입자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런 관계를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 말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새로운 마케팅 전술을 수립하더라도 그 내용이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지칭한 표현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책수립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형제회사를 「동반자가 아니라 피를 말리는 경쟁자」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인사고과 때가 되면 더욱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차라리 통합되는 것이 낫다」며 불평이다.

「외아들」의 경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형제」일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통합은 어렵다. 011, 017, 016, 018 등이 갖고 있는 망식별 번호, 브랜드 네임 등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동반자라고요. 아닙니다. 경쟁자입니다. 인사고과를 둘러싸고 진검승부를 벌이는 가장 악독한 경쟁자입니다.』 모 이동통신 마케팅 담당자의 말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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