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은 향후 전개될 남북한 화해협력시대를 열어갈 관문이다.
남북정상이 합의한 5개항 하나하나의 비중을 산술적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남북경협의 성공적 수행이 그 핵심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나선 북한의 목표도 바로 이에서 출발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남북경협이 삐걱거리고 가시적 결과를 산출하는 데 진통이 따른다면 나머지 합의사항도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중차대한 임무를 띠고 있는 남북경협의 첫 단추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제도적 개선에 대한 기업인 입장
이번에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재계인사들은 방북기간 중 북한의 경제계 인사들에게도 설명했지만 한결같이 당국자간 협의를 통한 남북경협의 제도적 뒷받침을 선결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는 그동안의 대북사업 경험을 꺼내며 『많은 프로젝트를 하려 했지만 투자보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사업추진이 잘 안됐다. 국제규범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의 윤종용 부회장도 『제도가 갖춰지지 않는 한 임가공 형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려면 당국자간의 협력과 국제규범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TV와 전화기 등 중요사업에도 투자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들 대기업 대표 외에도 국내 재계 대표 수행원들은 남북경협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전제로 한 대북투자 전략의 일단을 피력하고 있다.
△제도적 개선에 대한 북측 입장
다행히 북측도 남북경협 활성화의 전제로 이중과세방지·투자보장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우리측 주장에 대해 수긍하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는 당국자간 실무협상의 중요사항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이미 우리측의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주장에 대해 상당부분 인식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도 지난 84년 합영법 채택 이후 시도된 조총련계 기업의 투자나 대우의 합영회사(민족산업총회사)의 사실상 실패원인이 투자지분의 경영권 행사에 대한 북한의 배타적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북한정부가 경제침체에서 탈피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남한기업의 전용공단이나 TV생산 등의 대대적인 투자를 희망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기본적인 제도적 개선사항
남북경협이 표면화된 지난 98년 이후 이번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은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사항으로 여러가지를 꼽고 있다.
이 또한 우리측에서 또는 북한측에서, 아니면 남북한 당국자간 또는 민간공동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복잡한 문제다.
제도적 장치의 주요내용으로는 우선 5가지가 꼽히고 있다. 남북 상호투자 허용·증진·우대(최혜국 대우·조세감면 등)와 투자보호 및 수익의 자유로운 송금을 위한 투자보장은 그 첫째다.
이중과세 우려가 있는 조세의 대상·기준·방지 방법에 대한 명시문제도 남북당국자간 협의로 해결해야 하며 청산결제문제도 대상품목·규모·청산기간·결제통화·대월제도 등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
분쟁해결원칙 및 공동분쟁해결기구 구성 등 분쟁조정방안도 우선 강구사항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산업자원부가 대한상사중재원과 함께 「남북상사중재해결에 관한 세부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와 함께 특허·상표권 등 과학기술의 권리보호 등 산업재산권 보호문제에 대한 제도마련이 요구된다.
△전략물자반출제도도 긴급사항
우리측에 한정됐지만 민감사항인 전략물자반출제도도 이 시점에서는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전자·정보통신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략물자반출제도와 관련, 현재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LG·삼성·현대나 중견 정보통신 기업들이 전자·정보통신 기술을 중심으로 대북경협사업을 전개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첨단시스템장비를 반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이 비확산 통제물자 및 기술을 불법유출한 국가에 대해서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 미국과의 원활한 협의가 필요하다.
△어떠한 자세가 요구되나.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과 관련해 가장 고려할 사항은 투자주체인 민간기업의 의견수렴이다.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과 관련해 탁상행정에 머무르기보다는 인터넷이나 관련업계 간담회·공청회 등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민간기업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이에 기반해 우리측 안을 확정, 북한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
특히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는 북한의 특수성을 배려해야 한다. 개방에 대한 북한정부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과 북한권력층의 체제수호에 대한 집착 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개방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북한에 대해 우리측의 의견을 강요하기보다는 공존공생을 전제로 한 설득전략을 구사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전체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개방이 곧 체제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북한권력층의 우려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아무튼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선결과제이지만 그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이의 해결과정 또한 녹녹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비상계엄 해제 '숨은 공로'···국회 표결 시스템 관리 직원들도 그날 담벼락 넘었다
-
2
SK하이닉스, 'AI 반도체 패키징' 신사업 추진
-
3
망분리 개선 정책, 'MLS'서 'N²SF'로 간판 바꿨다
-
4
단독현대차, 20년 만에 '新 1톤 트럭' 개발…2027년 생산
-
5
野, 12일 두 번째 尹 탄핵안 발의…“새 내란 사실 추가”
-
6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 2.0' 출시…“AI 에이전트 최적화”
-
7
한동훈 “尹 담화 예상 못해…제명·출당 위한 윤리위 긴급 소집”
-
8
속보尹 “마지막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충정 믿어달라”
-
9
폭스바겐 신형 투아렉…“어떤 길도 거침없는 프리미엄 SUV”
-
10
속보尹 “野, 비상계엄이 내란죄라고 광란의 칼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