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의미를 가상공간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e마켓플레이스(전자장터)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많은 엔지니어일수록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경향이 심하다.
그러나 인터넷의 영향은 전자상거래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또 경제·경영 분야만 보더라도 인터넷은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생산·판매를 포함한 기업의 경영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의 두번째 이야기는 인터넷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첨단 기술 기업들의 연구개발 현장에서 최근 보여주고 있는 활약상을 살펴본다. 편집자
포레스터리서치는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막연한 추측이 아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번에 「연구개발 포털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예외 없이 포천 1000대 기업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역 50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또 이들이 일하는 분야를 보더라도 정보통신은 물론이고 항공기, 자동차, 화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첨단업종을 총망라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임원들이 털어놓은 「연구개발 활동에도 인터넷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한결같았다. 『인터넷을 적절히 활용하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연구원들이 바로 옆에 있는 동료처럼 공동연구를 할 수 있어 연구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개발의 두 가지 큰 흐름:대형화와 시간단축 경쟁
이들이 설명하는 최근 연구개발 활동의 두드러진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대형화하고 있는 반면 속도 경쟁은 분·초를 다툴 만큼 치열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항공회사의 한 임원은 『최근 우리 회사 연구개발 업무의 가장 큰 변화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며 『예를 들어 항공기의 내부 설계를 변경할 때에도 비행기 조종사를 비롯한 승무원과 협력회사 직원, 심지어 정비요원들까지 폭넓게 참여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컴퓨터를 개발하는 한 연구소장은 『최근에는 신제품을 제일 먼저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개발 업무는 바로 시간과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연구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최근의 연구성과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구촌을 하나의 가상사회로 묶는 인터넷이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개발 현장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수준은 아직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들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아직도 전자우편(92%)과 전화·팩시밀리(90%), 그리고 얼굴을 맞댄 회의(82%) 등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복수응답)
이에 비해 전자 문서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있는 회사는 26%에 그쳤으며, 또 인터넷에서 연구개발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곳은 12%에 불과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연구개발 포털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신제품 개발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애질(http://www.agilesoftware.com)과 PTC(http://www.ptc.com)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매출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오는 2003년까지 세계적인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연구개발 포털을 구축해 운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개발 포털이 본격화하면 국가 경쟁력에도 큰 영향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혜택을 보는 곳은 첨단 기술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관리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넥스프라이즈(http://www.nexprise.com)와 i2테크놀로지(http://www.i2.com), 전사적 자원관리(ERP) 분야의 최강자인 오라클(http://www.oracle.com) 등 전문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가장 우선적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세계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i2테크놀로지, 오라클과 함께 애질, 애스펙트(http://www.aspectdevelopment.com) 등 4개 회사가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넥스프라이즈, 코머스원, JD에드워드, 매뉴지스틱스 등 4개 회사가 그 뒤를 잇는 강력한 경쟁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전자장터를 운영하는 회사들도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포털과 연계해 상품제조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예를 들면 전세계 농산물을 한 곳에 모아놓고 판매하는 웹사이트인 디렉트애그(http://www.directag.com)는 존디어가 개설한 연구개발 포털과 연계해 트랙터 등 농기구를 공동으로 개발,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들의 경쟁력도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독일을 대표하는 제약회사인 화이저(http://www.pfizer.com)가 운영하는 연구개발 포털을 찾으면 이 회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세계 유명 대학, 벤처기업 등에서 최근 개발된 신 약품의 임상실험 결과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 컴팩과 소니 등 300여 개 첨단 기술제품을 전세계 대리점에 공급하고 있는 유통회사인 미국 메리젤(http://www.merisel.com)도 최근 연구개발 포털을 개설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연구개발 포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 국가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포레스터리서치는 우선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들간 평소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전자 및 자동차 업체들이 연구개발 포털을 적극 도입하면 최근 침체된 국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인도와 중국도 각각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술혁신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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