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헨리 민츠버그 외 공저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98 프랑스월드컵 개막에 즈음해서 파리의 에펠탑 광장에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등 이른바 3대 테너가수의 합동 콘서트가 열렸다. 이 희대의 빅쇼를 보기 위해 프랑스인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무려 100만명의 청중이 몰렸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이 역사적인 현장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발성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보며 화려한 테너 음색을 감상할 수 있었던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됐을까. 아마도 운좋게 무대앞에 자리잡은 극소수뿐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청중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에 치여 제대로 보고 들은 게 없었다』라기보다는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가서 3시간 동안 명테너의 합동 콘서트를 감상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애당초 그들은 에펠탑 광장에서 방음시설이 잘된 실내분위기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역사적인 현장에 자신이 직접 가게 됐다는 흥분이 더 앞섰기 때문이다.
명논문 「경영자의 역할:통념과 현실」에서 헨리 민츠버그는 이런 관점의 차이를 「어떤 활동을 수행하는가」와 「무엇 때문에 수행하는가」로 나눠 설명한다. 그러니까 어떤 한 경영자가 똑같은 회의에 참석했어도 첫번째 관점에서 보면 『국회에서 5명의 의원과 30분간 함께 있었다』가 되고 두번째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의한 법률에 대해 회사 입장을 설명했다』가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 연구를 통해 민츠버그는 대다수의 경영자들이 자신은 두번째 관점처럼 활동한다고 여기지만 실제 활동결과는 첫번째 관점 형태로 나타난다고 꼬집는다. 여기서 말하는 경영자란 기업의 최고경영자뿐 아니라 성직자·교장선생·프로야구감독·현장책임자 그리고 대통령까지도 해당된다.
경영자들은 실제로 대부분 자신의 업무에 대해 몇 가지의 통념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자신은 심사숙고하는 스타일로서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며 일상적 업무는 수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의사결정 정보를 얻기 위해 체계적인 정보시스템(예컨대 경영정보시스템)을 이용한다고 믿고 있는 것도 그렇다. 민츠버그의 연구결과는 그러나 이런 통념은 1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천만의 말씀」이라고 일갈한다.
거의 모든 경영자들은 매우 행동지향적이고 심사숙고하지도 않으며 활동결과는 단순하고 다양하며 불연속성(즉흥적)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경영자만의 특별한 업무는커녕 부하직원도 할 수 있는 일, 예컨대 방문객을 만나거나 퇴직 종업원에게 금시계를 선물하는 일 따위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문서보다는 구두보고와 전화 또는 미팅을 선호한다. (조직의 전략적인 데이터뱅크가 컴퓨터 메모리속이 아니라 경영자의 머릿속에 있게 되다니!) 가십이나 소문·추측 같은 소프트 정보도 중요하게 여긴다.
「리더십(21세기북스 출간)」은 민츠버그의 명논문 「경영자의 역할:통념과 현실」을 총론 삼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됐던 경영자 리더십에 관한 몇 편의 논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하나의 화두가 돼버린 관리의 과잉과 리더십의 결핍, 혹은 리더십의 과잉과 관리의 결핍문제를 다룬 존 코터,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리더의 의사결정 딜레마를 다룬 조셉 바다라코,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다룬 토머스 틸 등의 논문이 그것이다.
「리더십」은 경영자의 업무가 공식적으로 주어진 권한이나 지위와 관련된 여러 역할과 행동의 관점에서 설명돼야 한다는 것을 석학들의 주제 논문들을 통해 알리고 있다. 물론 이 책이 모두 새로운 원칙이나 법칙을 제안하는 내용만으로 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예외의 행간들은 가령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다.
민츠버그가 「경영자의 역할:통념과 현실」을 발표한 한 경영자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당신의 글은 나를 기분좋게 합니다. 나는 오직 나만이 이런 통념을 갖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
<서현진논설위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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