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기업 창업촉진 등을 위해 지정한 전국의 벤처기업 집적시설(일명 벤처빌딩) 일부가 파행 운영되고 있어 선량한 벤처기업의 입주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다.
파행 운영 사례로는 엄격한 벤처기업 또는 그 지원 시설과는 전혀 무관한 업종이나 일반기업이 버젓이 입주한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또한 한 회사가 여러개 회사로 분리해 입주함으로써 병역특례 인원 배정 수를 늘리는 편법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 업체가 빌딩 한 층 전체를 임차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입주하려는 다수의 벤처기업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파행 운영은 우선 정부의 관련정책이나 지침이 집적시설 확대 쪽으로만 치우친 나머지 이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여기에 벤처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물주나 임대사업자가 법적 혜택만을 염두에 두고 시설을 운영하는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집적시설이란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시행규칙(제5조)에 근거해서 세제감면 등 각종혜택과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민간 또는 공공 건축물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현행 정부 지침은 기본적으로 3층 이상 건물에 연면적 1500㎡ 이상 공간을 확보하면 벤처기업 집적시설 지정요건을 갖춘 것으로 돼 있다. 여기에는 또한 입주기업 가운데 6개 이상이 벤처기업이어야 하고 건축물 연면적의 50%를 벤처기업에 할당해야 하며 이를 포함한 연면적 75%는 창투사와 창업보육센터 등 벤처 지원시설이 차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6월 「정보처리 및 기타 관련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인력교육 및 양성에 필요한 시설」의 입주를 허용하는 등 입주대상과 그 범위를 대폭 완화한 바 있다. 외관상으로는 입주 벤처기업과 상호보완을 통해 집적시설로서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벤처와 무관한 산후조리원과 유명 어학원 또는 대기업 계열 분사 조직이 대거 입주하게 돼 파행 운영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편 지정요건이 완화되면서 전국적으로 41개에 불과했던 벤처기업 집적시설이 급증해 1년 만에 서울지역만 83개 등 108개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는 2002년까지 100개 집적시설을 발굴하겠다는 정부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임대료 수준과 사무기기 등 인프라 활용 측면에서 일반 빌딩과 거의 차이가 없어 상당수가 위장 벤처기업 집적시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벤처기업의 창업 촉진과 효율적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지원하고 있는 벤처기업 집적시설이 관리 감독 소홀로 파행 운영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상태로라면 정부의 벤처기업활성화 대책이 오히려 벤처기업의 창업과 도약 의지를 꺾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당국은 현행 서면보고에 의한 형식적 감독보다는 정기 실사제 등의 제도를 도입해서 운영실태를 엄격하게 관리 감독하는 체제를 하루빨리 확립해주기 바란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인원과 재원 확보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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