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소 체계 개편 논의 활발

지난 1년 동안 한국에서는 인터넷 열풍이 불어 「인터넷으로 돈 버는 법」이라는 테마가 온 사회의 관심사였지만,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인터넷 주소 체계를 개편하자는 논의가 미 상무부 산하 도메인 관리기관인 ICANN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포화상태에 이른 인터넷 주소체계의 개선」이라는 프로젝트의 표면적 목적과는 달리 그 이면에서는 오프라인의 상표권을 가진 유명 기업들과 온라인 공간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비영리 단체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미국의 양대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C넷(http://www.cnet.com)」과 「와이어드뉴스(http://www.wired.com)」 등 외신을 인용하며 「.shop」 같은 최상위 도메인이 올해 안에 새롭게 선보일지 모른다는 기사가 잇달아 소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인터넷 도메인의 공급 물량이 앞으로 크게 늘어나, 단순히 도메인을 선점하는 것으로 많은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따위의 주변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사실 더 깊은 곳에 숨어있다. 이는 단지 도메인 물량이 늘어나 스쿼터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오프라인의 기존 상표권이 어디까지 힘을 발휘하게 될지 그 기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6개월간 ICANN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잠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gTLD를 도입하는 데 ICANN의 가장 큰 고민은 도메인 선점으로 인한 상표권 분쟁이다. 「선착순」이라는 기준을 적용했다가 이미 「.com」에서 크게 덴 적이 있는 ICANN으로서는 gTLD를 늘리는 것보다 새로운 gTLD에서 상표권을 어떻게 보호하느냐는 문제가 더 시급했다. 유명기업을 위시한 상표권 소유자들은 『새로운 gTLD를 만드는 건 좋다. 그러나 「.com」처럼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건 반대다. 뭔가 우리의 상표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3세계 국가들이나 비영리 집단의 대표들은 오프라인의 상표권이 온라인 공간을 활보하는 것과 미국의 일개 법인에 불과한 ICANN이 도메인 정책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늘려 가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합의된 사항은 「gTLD를 좀더 확장한다」는 것뿐이다. 치열한 논쟁은 gTLD의 확장보다 상표권 문제에서 벌어졌다. 상표권자들은 『유명상표의 목록을 만들고 여기에 해당되는 상표는 관련 파생어를 포함, 20여개 정도를 미리 등록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sunrise)을 두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를테면 IBM의 경우 「IBM.shop」 「antiIBM.shop」 「IBMcomputer.shop」 등의 관련 도메인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유명」의 기준이 뭐냐』는 반발과 『새로 만들어지는 모든 최상위 도메인에서 그런 식으로 상표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주장에 부딪혀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도메인 등록기관들은 관련 파생어를 5개로 줄이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독점하는 파생어가 많을수록 도메인 장사에는 불리하다는 속셈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까지 합의된 사항은 「유명상표를 보호하되 특정 gTLD에서만 적용하자」는 정도다.

한편 오는 7월 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ICANN 회의에서는 이 문제 말고도 ICANN 이사회 설립 문제, 선거인단 선출 문제 등 향후 인터넷의 국제질서를 결정할 중요한 안건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제 우리도 최근 「수익모델」과 「BM특허」에 집중되고 있는 관심과, 「Kimchi.com」을 일본인이 가져갔다고 흥분하던 열정을 조금이라도 ICANN의 움직임에 쏟아야 할 때다. ICANN은 지금 전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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