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잇단 전자상거래 사업 선언 주목

의료기기·의약품 등 의료산업 시장에서 수요의 상위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대학병원·의원급 의사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간(B2B) 물류사업 진출을 잇따라 선언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의약분업 실시를 불과 40여일 앞둔 가운데 의료계가 생존권 수호차원에서 전개했던 「정치적·사회적 의권쟁취」에서 기업측를 겨냥한 「경제적 의권쟁취」라는 슬로건으로 승화시키는 등 마치 동전의 양면성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제까지 기업간 의료 전자상거래사업을 위해 독립법인 형태의 전문업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가시권내에 들어간 데는 가천의대 길병원 등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e메디피아」와 동네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미래와건강」 등이 손꼽힌다.

이 의사 주도 형태의 전자상거래업체는 의료시장에서 창출되는 의료기기산업·의료정보산업·의료용품산업·위생용품산업 등 분야에서 경제활동의 주체가 돼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쳐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을 중점 목표로 하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이 의료시장에서 헤게모니이면서 자신들에 의해 각종 의료 관련 산업이 움직여지고 파생되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 논리에 매년 규제를 받아 처방료·진찰료 등 낮은 진료수익에 자족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보다는 직접 물류사업 등에 뛰어들어 거대 기업자본과 과감하게 경쟁을 벌이는 전문기업체를 운영하겠다는 것.

특히 진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임상자료 등 각종 의료정보들이 인터넷과 접목됨으로써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21세기 의료산업시장에서 의사들이 더 이상 정보제공 역할의 주변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핵심권내에 들어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욱이 「e메디피아」는 6개 병원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 41개 의과대학 병원의 많은 수가 가입하는 것을 낙관하고 「미래와건강」은 현재 의원 224명에서 1000명으로 확대할 움직임에 있는 등 의료계에서 가입하려는 호응의 열기가 어느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 이들은 물류사업 외에도 제약회사를 인수합병하거나 설립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터넷방송국 운영 등 다양한 관련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기업 주도의 의료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이러한 의사들의 움직임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의료시장에서 인프라에 해당되는 의료기관(하드웨어)·의사(소프트웨어)가 하나로 뭉칠 경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결국 의료전자상거래 시장을 가운데 두고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과 의사간 패권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업체는 벌써부터 「e메디피아」 「미래와건강」에 전략적 제휴를 위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발빠른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의사가 전문경영인이 아닌 이상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경영의 노하우를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간 전자상거래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전자상거래로 확대하기 위한 솔루션이 취약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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