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서비스업계 짝짓기 바람

IMT2000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동통신 선진 지역인 유럽과 일본을 무대로 세계 주요 휴대폰 사업자들간의 짝짓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에서는 IMT2000사업자로 유력시되는 3개 사업자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세가 지분참여를 통해 입지를 마련하고 있다. 세계 최대 휴대폰사업자 보다폰에어터치가 버티고 있는 유럽에서는 지난주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가 네덜란드 최대 휴대폰사업자인 KPN모바일에 자본참여하기로 결정,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함으로써 이 지역 통신업계의 재편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밖에 홍콩·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현지업체와 역외사업자간 자본제휴 움직임이 활발하다.

◇짝짓기는 왜 일어나는가=한마디로 내년 5월 도코모의 서비스를 필두로 시작되는 IMT2000 상용화에 대비, 국경을 초월한 제휴를 통해 세계 규모의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사실 IMT2000의 키워드는 「컨버전스(융합)」다. 시장의 융합과 서비스의 융합을 기본 속성으로 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사업자들의 짝짓기는 예정된 수순에 다름아니다.

IMT2000에서 서비스 영역은 각 나라와 지역을 한계로 하는 제2세대 이동통신과 달리 전세계가 된다. 2세대 통신에서 통화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기지국을 전국에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업지역을 전 지구로 넓히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 환경의 융합도 불가피한 점이다. 고정통신에서 발전한 인터넷은 지금 이동통신으로 말을 바꿔타고 있는데, 무선과 고속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IMT2000을 세계 어디서든 구현하기 위해선 각 국가가 동등한 서비스 환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본에서 동영상을 송신하면 유럽에서도 고속으로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물론 사업면허 취득(낙찰)과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현실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일본 동향=일본의 IMT2000사업자로는 비동기식의 도코모와 J폰그룹, 동기식인 DDI-IDO그룹 등 3개 사업자가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 16%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일본텔레컴 산하 J폰에 대해선 이미 보다폰에어터치와 브리티시텔레컴(BT), 미국 AT&T 등이 지분참여, 공동으로 IMT2000서비스를 추진중이다.

합계 시장점유율이 약 27%인 DDI와 IDO는 최근까지 동기식과 비동기식을 오가다 결국 동기식으로 기울어졌는데,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있는 퀄컴의 영향을 받고 있다. 퀄컴은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는 두 사업자의 합병 이후 최대 주주가 되는 교세라와 단말기사업에서 자본제휴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도코모는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며 휴대폰 세계 1위 자리의 탈환을 도모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홍콩의 허치슨텔레폰컴퍼니에 19% 자본참여했고, 말레이시아 최대 휴대폰사업자로의 출자도 검토중이다. 또 KPN모바일로의 지분참여를 발판으로 영국 휴대폰사업자 오렌지의 매수도 추진하는 등 유럽 진출을 적극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동향=도코모의 KPN모바일 출자를 계기로 유럽의 통신재편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당장은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한 오렌지 매수를 둘러싸고 각축이 예상된다. 오렌지는 모회사인 독일 만네스만이 보다폰에어터치와 합병함에 따라 독점금지법 저촉문제로 매각하기로 결정돼 있다. 도코모가 KPN모바일과 공동인수에 나설 뜻을 비쳤고, 프랑스텔레콤도 인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영국은 일본에 이어 IMT2000의 상용화가 추진되는 유럽에서 서비스 시기가 2002년으로 빠른 편이기 때문에 유럽의 차세대 시장개척에는 영국 진출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

또 만네스만과의 합병으로 더욱 거대해진 보다폰에어터치에 맞서기 위한 역내 휴대폰사업자들간 M&A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높다. 텔레컴이탈리아와 합병에 실패한 도이치텔레콤, 또 합병에 실패한 스웨덴의 텔레아와 노르웨이 텔레노르 등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밖에 민영화가 시작된 동유럽에서는 구 국영통신사업자 대부분이 자본제휴를 모색중이다.

◇동남아시아=이 지역에선 도코모를 비롯해 노르웨이 휴대폰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텔레노르, 호주의 텔스트라 등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텔레노르는 총 7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태국의 대형 통신사업자 UCOM 주식 24.8%와 UCOM 산하 휴대폰사업자 토털액세스커뮤니케이션(TAC) 주식 30%를 취득키로 하며 기반을 굳게 다지고 있다. 텔레노르의 이번 출자 결정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의 휴대폰사업자 데지닷컴 주식 30%를 취득한 데 이어 두번째다.

TAC·데지 등을 놓고 텔레노르와 출자경쟁을 벌이다 밀린 텔스트라는 홍콩의 신흥 네트워크기업 퍼시픽센추리사이버웍스(PCCW)와 제휴, 아시아 전역으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모색중이고, 싱가포르 휴대폰사업자로의 출자도 추진중이다.

◇전망=세계적인 규모의 서비스 체제가 곧 경쟁력으로 통하는 IMT2000을 구현하기 위해 짝짓기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코모와 같은 일부 대형 업체를 축으로 힘이 모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패권주의」라는 경계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일본과 유럽이 WCDMA로 방식을 통일했지만 세다툼에서 밀린 사업자들이 통일방식 채택을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극단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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