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헌법재판소가 내린 과외금지에 대한 위헌결정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인터넷교육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과외허용에 따른 사회적 우려가 정부, 교육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이 해결사로 나섰다.
요즘 언론매체를 보면 이른바 인터넷과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원격교육이 고액과외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호들갑을 떨 정도다.
과외수업이란 「한국적인」 의미에서 학교외의 장소에서 소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개인교습을 뜻한다. 따라서 인터넷과외란 실시간 일대일 학습이 가능한 소그룹 개인교습 환경을 온라인상에서 구현한 서비스를 뜻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웹을 통한 교육은 겨우 텍스트 정보를 일방향으로 전송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웹 전송속도와 멀티미디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터넷상으로 강사와 학생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질문하는 소그룹 학습환경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문자 그대로 인터넷을 통한 개인과외수업이 실현된 것이다.
앞으로 초고속인터넷망까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 인터넷과외의 교육효과는 오프라인 과외의 효율성에 근접하고 기존 사교육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인터넷교육업계의 기술개발 전략은 강사와 학생 사이의 실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한 인터넷과외서비스쪽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다음달부터는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인터넷과외가 실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또 일반적인 교과과정외에 음악·미술 분야의 실기교육도 일정부분 인터넷과외 형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집에 앉아서 피아노학원의 교습을 받을 수 있는 음악교육 솔루션도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많은 인터넷교육업체 사이에서는 공짜 교육콘텐츠서비스를 통해 회원 늘리기에 몰두하는 것보다 실시간 과외수업 모델을 통해 확실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편이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중이다.
국내 인터넷과외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우리 사회의 열광적인 인터넷열기와 맞물려 올해 말까지 유료서비스 사용자 10만명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시간 인터넷과외가 주요 고급아파트촌을 중심으로 보편화되고 지방 대도시 학생과 수도권의 강사진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과외마켓플레이스도 등장해 국내 사교육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이같은 인터넷과외 활성화가 교육계에 미칠 파장은 매우 크다.
우선 학생들은 공간적 제약을 초월해 다양한 교육정보를 접할 수 있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어느 정도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사는 수험생도 서울의 유명강사로부터 실시간 과외수업을 받는 것이 가능해져 계층·지역별 교육기회의 평준화 효과가 크다.
반면 일선학교의 교사들은 자신의 강의수준이 학생들에 의해 인터넷상의 과외수업과 비교됨에 따라 독점적인 교육정보 전달자로서의 위치가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과외가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과외문제를 한번에 날려줄 요술방망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생각이다.
아직까지 인터넷과외수업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정해진 시간에 몇몇 학생들을 PC 앞에 앉혀두고 원격지에서 강사가 직접 진행하는 수업방식은 결코 파격적으로 저렴한 교육서비스가 될 수 없다.
서울의 유명강사가 부산에 사는 학생 한명을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상황이라면 말썽 많은 고액과외의 인터넷버전으로 변질될 우려마저 농후하다.
더구나 고속인터넷 전송망이 집까지 연결되지 못한 가정은 인터넷교육의 혜택범위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오프라인 교육환경의 문제점이 사이버교육환경에도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값비싼 고속인터넷망 사용료와 강사비 부담으로 엄두도 못내는 실시간 원격교육을 학생 개인별로 제공해서라도 성적을 올리겠다는 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과외 열풍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인터넷교육이 저렴한 비용으로 오프라인 과외수업을 대체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적인 교육풍토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이 고질적인 과외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다.
인터넷 인프라의 확충과 인식전환이 동반돼야만 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우원식 “韓 탄핵소추안은 국무총리 탄핵안”… 의결정족수 151석으로 판단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
9
권성동, 우원식에 “인민재판” 항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 성립으로 단정”
-
10
헌재, "尹 두번째 탄핵 재판은 1월3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