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보보호산업>e시큐리티 시대가 열리고 있다.

「e시큐리티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정보기술(IT)의 한 분야 정도로 여겨졌던 정보보호가 새천년 인터넷 시대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정보보호 기술의 주도권을 쥐는 자가 사이버 시대를 지배할 것이라는 그럴듯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신경망이라는 인터넷도, 차세대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전자상거래도 정보보호의 뒷받침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정보보호 기술의 중요성은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야후·e베이 등 거대 인터넷 업체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무단 해킹, 최근 발생한 「러브레터」와 같은 악성 바이러스 모두 정보화 역기능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정보화와 정보보호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공통분모가 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시장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정보보호산업 시장규모는 올해 110억달러에 달하고 오는 2003년까지 연평균 32%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03년에는 210억달러 시장 규모는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보보호 분야가 IT산업은 물론 전체 경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미래에 정보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보안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정보보호 기술과 표준화를 둘러싸고 패권 다툼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정보화 진전에 따라 정보보호에 대한 관심과 잠재수요가 늘고 있으나 아직 세계 추세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수치로 보면 지난해 국내 정보보안산업 생산액은 전체 IT산업의 0.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인터넷 뱅킹, 홈트레이딩, 인증서비스 등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확대 보급으로 시장이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보안시장 규모는 1200억∼15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3, 4배 커진 수치다. 더욱이 대형 해킹사건으로 보안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르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보안 분야 투자를 늘릴 태세여서 시장은 기대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제 막 성장기를 넘어선 정보보호 제품도 바이러스 백신·방화벽·가상사설망(VPN)과 인증시스템, 보안 스마트카드, 공개키기반(PKI) 솔루션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키지 형태의 단순 구매가 아닌 시스템 차원의 정보보호 컨설팅, 정보보호 시스템 통합, 보안관리와 인증서비스 등도 선보였다.

차세대 미래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정보보호산업협회는 국내에서 보안제품을 취급하는 업체가 100여개사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술력이나 시장경쟁력에서 자생력을 가진 업체는 30개 안팎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거품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공정한 시장 경쟁만 보장된다면 이 같은 경쟁구도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시큐어소프트·싸이버텍홀딩스·어울림정보기술·펜타시큐리티·한국정보공학·인젠·이니텍·켁신시스템·퓨쳐시스템 등은 초기부터 국내 보안시장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선발업체 군단이다.

넷시큐어테크놀로지·웰넷정보통신·리눅스시큐리티·케이사인·시큐브·엠아이시큐리티 등 후발업체도 침입탐지시스템, PKI 솔루션, 리눅스 보안제품을 자체 개발하고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이러스 백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나 하우리도 해외시장 개척이나 사업다각화를 통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보안 컨설팅과 서비스도 보안업계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정보보호가 단순한 솔루션 판매가 아닌 시스템 구축에서 관리 운영까지 제공하는 서비스 개념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데이콤·안철수연구소·펜타시큐리티시스템이 설립한 코코넛, 싸이버텍홀딩스·어울림정보기술·에스원·신원텔레콤이 연합한 이글루시큐리티, 한국소프트중심·두산건설·범아종합경비가 공동 투자한 사이버패트롤이 대표적인 보안 호스팅 서비스업체다. 이들 연합군은 대규모 관제서비스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

SK상사와 장미디어인터렉티브가 합작해 설립한 데일리시큐어도 인터넷 보안메일 서비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해커스랩·A3컨설팅·시큐아이닷컴 등은 컨설팅 전문업체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어울림정보기술이 처음으로 태국에 보안시스템을 수출하면서 포문을 연 데 이어 시큐어소프트·펜타시큐리티·넷시큐어테크놀로지가 글로벌 보안업체를 표방하고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는 상황이다. 시큐어소프트는 이달 중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하고 일본·중국 등지에 마케팅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다. 넷시큐어테크놀로지도 이미 이스라엘 넷가드사와 마케팅·기술개발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체결, 글로벌 보안업체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하반기와 내년에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보안 컨설팅, PKI 솔루션, 침입탐지시스템(IDS)은 보안업체의 우열을 가리는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이는 보안시장이 점차 방화벽과 백신에서 이 같은 차세대 보안제품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시스템에서 네트워크 보안으로, 개별제품에서 통합 솔루션으로 기술 트렌드가 급격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보안서비스도 임기응변식에서 점차 체계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정보보호는 전쟁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략적 차원에서 발전해 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보안산업이 튼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산업이든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과 전문인력이 갖춰져야 한다. 정보보호의 전반적인 마인드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정보보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글로벌 시장과 기술 우위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산업계·학계가 하모니를 이룰 때 대표적인 벤처업종이자 고부가가치산업인 정보보호 분야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가능할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인터뷰/이철수 한국정보보호센터 원장

『정보보호는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지식경제 시대에는 정보가 경쟁력입니다. 정보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고 가치있는 정보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바로 정보보호의 첫걸음입니다.』

국내 보안 분야의 중추기관인 한국정보보호센터 사령관을 맡고 있는 이철수 원장의 「정보보호론」이다. 이철수 원장은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순기능뿐 아니라 역기능도 커질 것이라며 대표적인 역기능으로 불법 해킹, 유해정보 범람, 사이버 범죄, 정보 격차 등을 꼽았다.

『정보보호센터는 정보화의 역기능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정보보호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96년 문을 열었습니다. 정보보호에 필요한 정책·제도·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이 주요 임무입니다.』

이 원장의 장황한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정보보호센터가 국내 보안산업에 기여하는 바는 지대하다. 정보보호 기술의 산실이자 올바른 정보보호정책 수립을 위한 산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인인증관리센터 설립, 정보시스템 침해사고 대응팀 운영, 정보보호 표준 제정 등 국내 정보보호 분야의 틀을 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 원장이 센터를 맡으면서 역점을 두는 분야도 바로 「사람」이다. 경쟁력 있는 사람을 많이 육성하는 일이 정보보호 분야의 경쟁력을 갖는 지름길이라는 철학 때문이다.

이 덕분에 이 원장은 연구원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다. 센터 분위기 또한 다른 연구기관에 비해 생기가 넘친다.

이 원장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센터의 위상이 높아가면서 업무는 늘어나는 반면 연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소한 현재의 2배 정도는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보보호 분야는 정보화의 인프라입니다. 기본이 제대로 갖춰졌을 때 실질적인 정보화가 가능합니다. 더욱이 국내 정보보호 기술력은 조금만 갈고 닦으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 창출,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한 기술발전은 필수적입니다. 물론 센터는 이를 위한 구심체이자 밑거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보보호 전도사 이철수 원장은 『최근 정보보호 분야가 각광을 받으면서 정부부처간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보보호는 정보사회의 가장 큰 축을 형성할 전략 분야로 대승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따가운 지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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