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음비게법」의 입법 취지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 규제완화다. 문화관광부는 대표적인 규제법으로 꼽히는 「음비게법」의 근간을 「진흥법」으로 바꾸겠다는 원칙에 따라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이를테면 문화부는 등록제로 돼 있던 음반·비디오물·게임물 등 제작업자 및 배급업자를 신고제로 완화했고 비디오물·게임물 판매·대여업에 대한 등록제를 폐지, 자유업종으로 전환했다.(안 제4조 및 제7조)
다만 비디오물감상실(일명 비디오방)·성인오락실·노래연습장 등은 청소년보호를 위해 등록제를 유지키로 하고 일반게임장·청소년게임장·멀티미디어문화콘텐츠업(일명 PC방)은 신고제로 바꾸었다.(안 제7조 및 제7조의 2)
문화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함으로써 자율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한편 시장 진입 장벽을 없애 관련 산업의 육성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통해 제기된 의견을 반영한 이같은 조치에 대해 관련 업계는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게임물 유통업체들의 단체인 한국게임물유통협회 우인회 회장은 『게임물 등의 판매 업체에 대한 등록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전환한 것은 관련 단체의 회원들의 응집력을 약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지만 관련 산업 및 시장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며 문화부의 입법 취지를 환영했다.
다만 시민단체들의 경우 청소년보호 등을 이유로 게임업소(일명 전자오락실) 전체와 PC방에 대해 등록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이의 반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YMCA를 비롯한 10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5월초 문화부측에 전달한 「음비게법 개정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의견」에서 『현행 오락실과 PC방에 대한 등록 제도는 폭력적이고 사행성이 지나친 게임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현행 등록제 유지를 강력 주장했다.
문화부는 따라서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 우려를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문화부는 노래연습장·비디오물감상실에서 주류 판매·제공 행위와 접대부의 고용 및 퇴폐조장 행위를 금지하고 게임제공업소를 운영하는 자는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것 이외의 종류 또는 방법 등으로 경품을 이용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유통관련업자 준수사항을 보완했다.(안 제8조)
특히 불법음반·비디오물·게임물의 정화를 위한 관련협회와 단체의 자발적인 감시·단속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부 장관 명의의 증표 발급, 관계기관과의 행정 협조, 활동경비의 보조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안 제25조의 2)
표현만 다를 뿐 관련단체들이 불법음반·비디오·게임 등의 단속에 대한 준 사법권적인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물론 각종 불법물의 판단 등에 있어 일반인이나 사법기관·등록청의 관계자들보다는 해당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있고 각 단체들이 전국에 지부·지회 조직을 두고 있어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봐주기식의 단속은 물론 특정업체나 업소를 타깃으로 함정 단속을 벌일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보안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단속 권한을 어떤 단체에 줄 것이며,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 할 것인가에 대한 범위도 차근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단속 권한을 어떤 단체에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관련 단체의 입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투명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의 경우 문화부 산하만 4개 단체, 비디오물의 경우 2개 단체가 등록돼 있어 문화부가 투명한 원칙을 세우지 않을 경우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게임물의 사후 점검을 위하여 제작된 게임물의 확인 등 필요한 확인 절차를 거친 후에 등급분류 필증을 발급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안 제18조 및 제20조) 이의 실효성 여부와 함께 영등위의 지나친 「권한 집중」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임물 등에 대한 심의 주체로서 이의 준법 여부를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동안 위원회 형태로 운영돼 온 영등위가 실제로 필증 부착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는 점에서 운영의 효과가 의문시 되며 영등위 조직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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